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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수기 릴레이 2
내가 믿는 한 사람
글 명헌진(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에 온 지도 햇수로 9년이 됩니다. 한국에서 저의 신앙은 선데이 크리스천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주일에 다른 일이 생기면 그 일을 놓고 저울질하며 움직일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베트남에 오게 된 것은 주님께서 특단의 조치로 부르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설렁설렁 살아도 살아지는 삶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위로나 아래로나 별반 튀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이곳 베트남에 들어올 때는 황금빛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환상적인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들어왔습니다. 물론 최악의 상황도 생각은 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들어와서 얼마 후 우리 가정은 이리 저리 몰아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해 가족 간의 배려나 믿음 같은 것이 많이 상실된 상태였습니다. 이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보이는지, 나의 어리석음에 나뿐 아니라 가족까지 힘들게 한 것들이 모두 후회되어 회개도 하고 삶의 목적이 세상의 것에서 하늘의 것으로 옮겨가고 삶의 기쁨이 나의 유익과 만족에서 주님의 기쁨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어머니 학교를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말씀과 기도로 내 자신을 내려놓고 판단했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그 시간에 드러나면서 정말 눈물 콧물 흘리면서 제대로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아픔이고 고통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많은 다른 엄마들도 가지고 살았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나의 것은 어떤 이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있다는 것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엄살을 부리며 살았나 하는 반성도 호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목사님께서는 남편과 자녀를 너무 믿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절대 믿을 대상이 아니라고요. 꼭 믿는다기보다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의지하는 게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들 모두는 믿거나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섬겨야 할 사람들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어떻게 세상적으로 풍성하게 할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하여 주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의 사람으로 남편을 세우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늘 남편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지만 남편의 사기를 올려주는 말을 해본 적은 사는 20년 동안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젊어서와 달리 이제는 나이가 50이 넘은 사람이 타지에서 이런저런 사건으로 마음에 상처와 가장으로의 부담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에 부치는지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였고,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말의 능력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결단을 내리고 용기를 내는 데는 어머니 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 덕분에 더 빨리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홀로 식사를 하는 남편 옆에 앉아서 처음에는 생뚱맞은 말을 시작했습니다.
“당신, 내가 요즘 당신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뭐?”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나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음~~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지만… 내가 한 번도 제대로 말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뭔데” “사랑해. 그리고 세상에서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믿는 사람은 당신 하나야, 알지?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당신을 믿어.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하는 주님을 믿고” “그렇지. 네가 주님 얘기할 줄 알았어” 하지만 남편은 확실히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며칠 후 남편이 아침에 나가면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보, 나도 당신 사랑해.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당신이 있어서 지금까지 왔을 거야. 모자란 것이 많은데 날 믿어 준다 말하니 더 고맙고 그러네…” 말은 하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수시로 남편에게 표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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