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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수기 릴레이 3
칭찬은 남편도 춤추게 한다
글 김정남(베트남 하노이)
어머니학교에 참석하는 동안 난 남편과 자녀들에 대해 많은 묵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남편에 대해서 묵상할 때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두 아들을 낳고, 많은 시행착오 속에 서툰 육아를 하고 있는 철없는 아내와 함께 살면서 아내의 온갖 투정과 요구를 그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서도 다 들어주고자 노력하여, 하나님이 주신 가정을 잘 지켜나가고자 애쓰던 착한 우리 남편을 그 동안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고 싶을 정도이다. 남편은 성격이 워낙 자상하고 긍정적이라 늘 나에게 기분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곤 한다. 오히려 내가 다소 무뚝뚝한 성격이라 남편에게 다정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정말 남편이 멋져 보일 때가 있고 능력 있어 보일 때가 있어도 속으로만 그런 생각을 하고 삭일 뿐 겉으로는 거의 내색을 안 한다. 어떤 날은 남편이 참다 참다 못해 “이럴 땐 좀 잘한다고 말 좀 해봐” 라며 오히려 화낼 때도 있다. 칭찬에 인색한 아내와 사는 남편인지라 어쩌다 한번 내가 칭찬을 하면 엄청 좋아한다.
어느 주말이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장난꾸러기 두 아들을 데리고 시내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온 터라 우리 부부는 그날 저녁 둘 다 녹초가 되었다. 더운 여름인지라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 샤워부터 시켜야 하는데 난 너무나 지쳐서 남편에게 부탁했다. “자기야, 아이들 샤워 좀 시켜줘. 내가 너무 지쳐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아이들 샤워는 자기가 더 잘하잖아”라고 말했는데 울 남편은 그 말을 칭찬으로 여기고 본인도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내가 다할게. 푹 쉬어”라고 씩씩하게 말한 뒤 두 아이들을 씻겨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기 안 힘들어?” 하고 물으니 남편은 “한 사람만 죽으면 돼, 나만 죽으면 우리 가족 다 행복한데 뭐가 힘들어?”라고 말했다. 난 그런 남편이 너무나 좋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 마음이 생기게 되어 힘들지 않게 식사를 챙겨주었다. 작은 칭찬이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를 살리는 것을 볼 때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 지 그때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린 결혼 당시 많은 것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혼수는 거의 카드로 마련했었다. 그러다 보니 신혼 때 남편이 월급을 타면 그 다음날 바로 결재금액이 빠져나가 통장이 텅비는 일이 허다했다. 몇 달이 지나니 슬며시 불평불만이 생겼다. 통장이 늘 비어있으니 항상 부족한 느낌이었고 사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 어느 날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린 왜 이리 늘 부족한지 모르겠네. 자기 월급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보너스 많이 받는 날이 언제야?” 그때 남편의 표정이 약간 겸연쩍었던 것 같다. 데려와서 고생만 시키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담긴 무척 난처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카드 빚만 다 갚으면 좀 나아질 거야. 그때까지 좀 참고 기다리지, 뭐.” 하고 얼버무렸다. 그 뒤로 남편은 가장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을 들어야 할 월급날에 항상 미안해하고 힘이 없었다. 한마디로 기가 죽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정말 후회된다. 중요하지도 않은 물질 때문에 가장 소중하고 귀한 남편을 힘들게 했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화내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고 격려해준 남편이 너무나도 고맙고 그런 남편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남편도 아내에게 사랑받고픈 약한 존재라는 걸 살면서 계속 느낀다.
난 잠에서 깼을 때 남편을 가슴 속에 꼭 안아줄 때가 많다. 그러면 그렇게 덩치 큰 남편이 너무나 편안해한다. 그럴 때의 남편은 어린 시절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 아이같다. 그런 남편을 많이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도 표현할 때 더 커진다고 했던가. 그러기 위해선 아내인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진 남편이 우리 가정을 위해 죽었지만, 이제부턴 아내인 내가 우리 가정을 위해 죽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남편에게 받은 사랑이 많으므로 그 사랑을 이제는 조금씩 돌려주며 살아야 할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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