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가정들이 만드는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세상
글 고동애(서울 남부 3기)
전라남도 광주에서 7월 5일부터 8일까지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열리는 어머니학교를 위해 집을 4박 5일 동안 비워야 하는 부담감으로 밤새 잠을 설쳤다. 긴 시간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자리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창밖엔 커튼을 친 것처럼 자욱한 안개가 처음 열리는 다문화 어머니학교를 대하는 복잡한 내 심정을 나타내 보이는 듯 했다.
망설임과 설렘으로 갈등하다가 이른 새벽에 자고 있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남편의 유쾌한 허락이 없었기에 더욱더 마음이 복잡했었다.
광주 다문화 1기 어머니학교는 각국에서 온 지원자 24명(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네팔,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과 서울에서 8명, 광주 월광교회에서 6명 총 14명의 스태프들이 모였다.
숙소에(월광교회 선교관) 짐을 풀 겨를도 없이 바로 다음날 있을 세팅 준비로 분주한 밤을 보냈다. 모두 둘러앉아서 마치 가내수공업 하는 시골 아낙네들처럼 가위질, 풀칠을 했다. 지원자들의 행복하고 감탄하는 모습들을 떠올리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만족함과 기대감으로 없는 실력을 맘껏 발휘하였다.
드디어 당일 스태프들은 진행, 찬양, 강의 모두 쉽게 말을 풀어 쓰면서 순발력 있게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OK? ”를 남발하며 지원자들의 이해도를 꼼꼼히 살피며 순서 순서를 연결해 가기 시작했다.
어느 강사님은 강의 중에 “우리 모두 다문화가족입니다. 여러분만 다문화가 아닙니다. 알고 보면 저희들도 언어만 같지 모두 다 다른 가정의 문화를 가지고 남편과 만나 서로가 하나 됨을 위해 많은 갈등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공동체를 가진 우리 모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소리 내어 엉엉 울어 봅시다.”라는 말씀을 해주셔 모두들 하나임을 공감하며 마음껏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타국에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또한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흘리는 지원자들의 눈물이 스태프들의 삶의 음표가 되어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원자들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를 때 처음엔 어색해하며 마주하지 못했지만 갈수록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주님! 제가 어머니입니다.”를 가슴에 손을 얹고 모국어로 작은 소리지만 입술을 여는 모습들 속에 어린 나이에 그래도 한 여자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임을 고백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행복하냐?”고 묻는 질문에 전혀 기대 밖의 대답을 들었다. 타국 땅에 와서 언어와 문화도 다르고 남편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예”라고 대답은 하지만 그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느꼈다. 또한 과거 타국 땅에 나가 조국을 위해 일했던 우리나라 선배들의 얼굴이 캡처가 되었다. 자기 나라에서 너무 힘들고 가난했기 때문에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한국으로 시집 온 자매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에 대한 나눔 시간에는 한 지원자가 모국어로 울먹이면서 어머니를 얘기 할 때는 친정어머니가 되어 스태프들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 와서 나이 많은 남편과 시부모님들과 아이들 그리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 등 등 한 없이 눌려있는 자매들과 또한 사랑받고 있고 행복하다는 자매들조차도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눔의 테이블이 어머니의 자리로 선교의 자리로 여덟 나라를 동시에 품고 섬길 수 있는 것에 모든 스태프들은 ‘하나님께서 원하셨던 것이 이것이었구나!’를 느끼며 감사했다. 조그만 산골마을 학교 허름한 강당이 세계로 나갈 선교사가 세워질 은혜의 땅이 된 것이다.
지원자들의 어두웠던 얼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얼굴엔 미소가 일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머리도 정갈하게 빗어 올리고, 옷매무새 또한 달라졌다.
언어와 믿음의 대상이 다른 어린 어머니들에게 담대하게 주님을 알리고 선포하며 자기들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찬양하며 춤을 추게 하시는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올린다. 내려놓으면 완전하게 개입하셔서 이루어 가시는 성령님을 체험하고 또 체험했다.
특별히 우리를 더욱 기도하게 했던 ‘쉘라’라는 자매는 필리핀에서 왔는데 쉼터에 있는지 6개월째다. 성격이 너무 강해서 마음에 많은 부담감을 주었던 자매이다.
그런데 이 자매가 이젠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또박 또박 적어 내려간 글을 보면서 ‘하나님이 하셨군요.’라는 고백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장소를 빌려준 새날학교는 다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목사님이 시골에 폐교를 빌려서 각국에서 온 아이들을 교육하며 합숙 시키는 기숙학교이다. ‘새날학교’는 다문화 사람들을 교육하고 양육해서 선교사로 다시 본국에 돌아가 사역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몇 년 동안 이 일에 소명을 가지고 계신 교사들이 모여서 자비량으로 섬겨 왔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인가가 나서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경사까지 겹쳤다.
‘새날학교’ 소장님께서 평소 같으면 몇 번씩 불평 전화가 왔어야 하는데 ‘어머니학교’하는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아 놀랍고 의아해 하실 정도로 지원자들이 변하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힘을 얻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다문화 어머니학교에서 더욱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벌써 향기님이 보고 싶다.’는 지원자의 문자에 감사하고 다음날 아침에 또 다른 자매의 전화를 받으며 꿈이 아닌 걸 실감했다. 꿈꾸듯 4박 5일의 천국잔치에 초대해주신 하나님께 영광 올리며 어머니학교 스태프들, 광주월광교회, 새날학교에 박수를 드린다.
진행자의 맺음말 “우리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말씀은 주님의 말씀이다.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으로 몰려 들어온 다민족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면서 하나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 더 많은 곳에 어머니학교가 시급히 열려야 할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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