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가정들이 만드는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세상
기도와 노력으로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글 김영선(동경 4기)
은서 아빠!
결혼 전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은 이래, 정말 오랜만에 자기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 같아. 우리가 결혼하자마자 일본에 건너온 지가 벌써 9년여가 되었네. 보통 다른 여자들은 3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싫어한다는데, 난 9년째가 된 지금에야 일본 생활에 진짜 적응이 된 기분이야. 그렇게 낯설던 거리거리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 집이 맘에 안 들어 2년마다 이사했었지만, 지금의 집이 그다지 좋은 집이 아닌데도 만족스럽게 여기고 살고 있는 것도, 여기 생활에 적응이 된 까닭이란 생각이 들어.
9년이 되도록 경제적인 기반이 잡히지도 않고, 가진 것이 많지도 않지만, 건강한 두 아이를 주시고, 지금까지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 또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상처 주는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하게 하셔서 이 가정을 지켜 오신 하나님께 감사해. 그리고 나를 참아 주고 지금까지 이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 애써 준 자기의 수고에도 감사해.
어머니학교 첫날에 느낀 건데, 우리 부모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원망해왔던 마음이 내게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사랑을, 결혼해서 자기에게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자기한테도 역시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도 못하고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원망이 있었어. 그 때문에 화날 때면 자기를 무능하다고 비난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에 기도 가운데 들었던 생각이, 지금 와서 보니 하나님의 음성이 맞았나 봐. 나에겐, 죄인일 수밖에 없고, 한계가 있는 부모와 환경을 믿음으로 뛰어넘지 못한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셨거든. 부모 탓, 환경 탓을 하던 내가 결혼을 해서도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남편 탓, 환경 탓을 하고 살고 있었던 거야. 하나님은 내가 이 모든 것을 넘어서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면 기꺼이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어. 내 안에는 두려움이 많아서 무엇인가에 도전할 용기가 없는 것 같아. 이 두려움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기도해야겠어. 울컥 화내는 습관, 짜증내는 습관들로 여전히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만, 기도하며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대에서 끝날 때가 올 거라 믿어. 자기도 이를 위해 기도해 줘. 이런 못된 습성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말이야. 우리에게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같이 우리가 겪는 모든 아픔이 우리를 받쳐주는 기둥이 되고, 안식처가 될 것을 믿어 보자. 외국에서 가정의 가장으로, 일본인들 속에서 살아온 자기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의 수고함이 헛되지 않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자기야! 항상 감사하고, 자기가 내 남편인 건,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배려라고 생각해. 사랑하고 축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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