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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아픔 끝에 이제 마음을 엽니다

작성자
김윤선
작성일
11-11-04
조회수
926


아픔 끝에 이제 마음을 엽니다

글 김윤선(경기평안 6기)
 

어머니께
저번 생신 때 선물과 함께 카드를 써보고 오랜만에 어머니께 편지를 쓰네요. 어떤 말부터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영인이 아빠랑 교제하던 때, 어머니 집에 놀러가 처음 뵙던 때가 벌써 8년이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교제를 하며 1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쯤, 우리 사랑하는 영인이를 주님께서 보내주셨지요. 그때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당황도 하고 걱정도 했지만, 주님이 저를 사랑하셔서 보내주신 귀중한 선물인 것 같아 우리 아이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과는 달리 부모님들은 아이를 포기하기 원하셨죠. 저희는 부모님들을 어렵게 설득해 우리 영인이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 산만 넘으면 모든 것이 평안할 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던 것 같아요. 대학생에서 하루아침에 아기 엄마가 되어야 했고,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다른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하던 내가, 아기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니, 너무나 낯선 세상에서 나 혼자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당시 제 나이 22살, 어머니께서도 43살의 젊은 나이에 며느리와 손자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싫다시며 슬퍼하시고 힘들어 하셨죠?
어머니께서는 항상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시고, 화가 나시면 바로 화내시는 모습이 가슴 속에 큰 상처로 남아 깊이 박혔죠. 제일 상처가 되었던 일은, 어느 날 전화를 하셔서 ‘너희들 나중에 싸워서 이혼하더라도 나한테 아기 맡길 생각하지 말라’며 화를 내신 일이었어요. 그때 정말 저는 그 상황에서 대들고도 싶었고, 왜 이런 집에서 사나, 안 산다고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말씀 하나하나가 슬픔과 아픔으로 자리 잡아 결국에는 심한 스트레스로 전화만 와도 겁이 날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고,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섭고, 항상 우울하고, 눈물로 생활하다 병원에서 일을 하는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친구는 아는 정신과 병원을 소개시켜주며 가보라고 했었죠. 용기를 내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우울증세와 불안증세가 보인다며 의사 선생님은 치료를 권하셨죠. 그 당시 상담료에 약값에 제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엄두가 나지 않아 치료도 받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아이를 업고 길을 지나가며, 아파트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저기서 떨어지면 삶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하고 생각이 들어 옥상을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랑하는 영인이가 절 보며 힘내라 응원하는 것처럼 환하게 웃어 주더군요. 그때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 편지를 받으시면 많이 놀라실까봐 망설였는데 그래도 제가 그때는 이런 상황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힘든 시기를 거치며 지내오던 중 또 한 번의 아픔을 맞게 되었지요. 영인이가 아기였을 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병원을 찾게 되었고 아이가 사시를 갖고 있다는 진단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너무 어려 수술도 하지 못하고 5살이 되어서야 우리 영인이는 수술을 받게 되었죠. 어린 두 눈에 붕대를 감고,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우리 영인이를 보며 우리 영인이도 힘들어도 잘 참아냈는데, 내가 엄마면서 아파하고 힘들어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마음을 굳게 먹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아요.
1년전 쯤, 어머니 댁에 갔을 때,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던 중 어머니께서 시집오셨을 때를 이야기해 주시며 너무 가난해서 방 한 칸에 눈이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에 어린 아들 둘을 건사하며 어렵게 생활하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그 이야기에 어느 정도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가 원하시는 며느리가 되기에는 아직도 많이 모자라지만, 저도 많이 노력하고 좋은 며느리 될게요.
주님! 시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막내 며느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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