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가정들이 만드는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세상
글 김수재(미국)
2006년 2월, 네 가족이 비행기에 올라 필라델피아로 갈 때, 나와 가족들 머릿속에는 온통 교만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합격 후 남은 시간에는 어디를 둘러볼까?’, ‘귀국하면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할까?’, ‘다른 엄마들에게 이야기하면 어떤 질문을 해 올까?’
딸아이는 음악도로 정 코스를 밟고 있던 중, 중3의 나이로 미국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대학에 도전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음악도들이 응시하여 2차까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께 묻지 않은 우리의 생각과 판단으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때문에 꿈에 그리던 명문 음악대학에 시험을 보러 가면서도 두려움 보다는 희망과 합격 후의 기쁨에 대한 기대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결과는 ‘1차 시험 탈락’이라는 참담한 좌절이었다. 그날 밤,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절망감에 기절할 정도로 낙담하여, 딸아이를 끌어안고 울다 지쳐 잠들고 또 깨기를 반복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학교 조사부터 시작해 모든 일을 거침없이 진행했다. 그 해 9월에 두 아이와 함께 미국에 가게 되었고, 딸아이는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언16:9).” 라는 말씀을 가지고 기도하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내려놓음으로써 놀라우리만큼 담대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딸아이는 “엄마, 하나님께서는 항상 나에게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니까, 이 학교가 나의 길이라면 틀림없이 합격시켜 주실 거야. 그리고 만일 합격하지 못한다면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다른 길을 예비하고 인도하여 주실 거니까, 작년처럼 슬퍼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당당하고 겸손하게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는 그 길로 따라 갈 거야.” 라고 말하고 웃으면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딸아이는 1차 시험을 통과하고, 2차 시험을 치를 때에는 열 명의 교수님들이 모두 웃으면서 호의적인 표정으로 질문을 하는 것을 통해,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구나’라고 확신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누구에게도 자랑할 것이 없이 오직 하나님만 자랑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첫 번째 도전에 성공했다면,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딸아이 혼자만을 미국에 보내고 걱정으로 세월을 보내고, 마음은 교만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슬픔과 좌절을 통해 ‘내려놓음’이라는 커다란 신앙의 선물을 주셨다. 게다가, 첫 번째의 실패를 통해 동생까지 보너스로 미국에 함께 가도록 인도하셨다. 그 뿐 아니라 남편이 미국에 취업하여 3년의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더 큰 문을 열어 주셨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