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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사랑의 언약식

작성자
박영숙
작성일
11-10-26
조회수
894


사랑의 언약식

글 박영숙(캄보디아 1기 지원자)

오랜만에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해외에 계실 때였으니 20년쯤 된 것 같지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사이지만 남보다 못한 그런 삶을 살지 않았나 싶네요. 집보다 항상 밖을 더 좋아했던 그런 당신에게 처음에는 하소연도 많이 해보았지요. 나는 당신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당신의 그런 행동과 생활들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느냐고 차라리 나를 놓아달라고…. 그러면 당신이 쓰는 무기가 있었지요. ‘너는 응애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하나님께서 이미 나의 짝으로 정해 놓으셨다.’라고 항상 그런 식으로 나를 꼼짝 못하게 하였고 왕으로 군림했어요.
저는 ‘아이들이 제 힘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두 분 어머님이 떠나실 때까지만…’ 하며 견뎌 내었고, 이제는 홀가분하게 떠날 거라고 당신께 이혼을 요구했을 때 하나님께선 저를 어미로 이끄셨습니다. 3박 4일의 세미나 동안 울며불며 하나님께 매달렸지만 그분은 끝내 제게 말씀하신 ‘부부는 작은 교회라 내가 뽑아 세웠으니 아무도 헐지 못한다. 그것이 너의 소명이다.’ 라는 그 말씀에 또 한 번 무너졌지요. 힘들더라도 제가 지고 가야만 하는 십자가라면 제가 아닌 주님의 힘으로 지고 가게 해달라고 매달렸고, 주님의 십자가에 나를 함께 못 박았습니다.
제가 한국 다녀오면서 노래방 기계 선물한 적 있죠. 당신의 노래 소리만 들으면 소름이 돋았던 제가 그런 결심을 하기까진 힘들었습니다. 당신 노래를 제가 왜 그렇게 싫어했냐면 그 노래 때문에 제 삶이 힘들다고 생각되었기에 당신의 노래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켰답니다. 당신 좋아하는 노래가 내게 상처요, 아픔이던 것이 또한 당신께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지요. 우리 모두 이 모든 것 주님 앞에 내려놓아요. 그리고 우리 오늘 다시 태어나는 거예요. 다시 시작해요. 두 손 꼭 잡고 주님 앞에 나아가 다시 새롭게 사랑의 언약식 어때요?
여보, 사랑합니다. 주님을 빼놓고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고 했던 제가, 이제 진정 인간 박영숙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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