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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긍휼의 마음

작성자
강순정
작성일
11-10-26
조회수
865


긍휼의 마음

 

글 강순정(제천 4기)  

아버지, 저 순정이에요. 제 기억으로는 마음을 담은 진한 편지가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부터 써내려 가면 좋을지 조금 난감하기도 하네요. 아버지 막내 사위와 외손자 보배, 남현이는 쿨쿨 자고 있는 새벽에 편지로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어요. 원주 우리 집에 계실 때 사위가 목욕시켜 드린 거 기억나세요? 아들들도 안 하던 것을 스스럼없이 해주던 남편이 참 고마웠어요. 아버지 가신 후에도 계시던 흔적들을 볼 때마다 장인어른을 기억해 주고 있어요. 현관 벽, 아버지 계시던 방의 손때들이 남아 있었거든요. 같이 있을 때는 제발 좀 씻으라고 매일 잔소리를 했었는데 그 손때마저 그리워요. 보배, 남현이가 너무도 많이 컸어요. 9살, 7살. 아직은 마음을 감출 줄 모르는 솔직한 남현이가 아버지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겠지.” 웃으면서 아범과 얘기하면서 아버지 생각하기도 해요. “에이, 할아버지 왜 이렇게 지저분해요.”
보배는 신기하게도 아버지한테서 3살 때 용돈 받은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외할아버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용돈 받은 것은 기억난대요. 보배는 자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살아 계셨으면 좋겠다고 해요. 엄마의 아빠, 엄마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궁금하고 그리운가 봐요. 덕분에 저도 눈물 나도록 그리울 때도 있어요. 아버지는 엄마한테 아주 많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엄마 돌아가실 무렵 얼마 전에는 저에게 “아버지 불쌍한 사람이니 미워하지 마라.” 당부하신 거 모르시죠. 아버지한테 그렇게 시달렸으면서요. 딸에게는 그런 엄마였어요. 아버지는 막내딸에게는 더없이 잘 해 주신 거 알아요. 야단 한 번 안 치셨으니깐요. 단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아버지가 많이 원망스러웠었는데 엄마 안계시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보내시는 모습을 보니 불쌍히 여겨졌어요. 엄마한테 해드리지 못한 몫으로 아버지한테 더 많이 효도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지금도 ‘고등어’ 보면 아버지 생각해요. 참 좋아하셨는데. 아끼느라 새 옷도 잘 입을 줄 모르시면서 제가 사드린 여름 옷 한 벌 잘 입어주셔서 감사해요. 병원 다닐 때는 저도 힘들어서 식사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고 맛있는 것도 못해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그래도 그때는 그게 저에겐 최선으로 열심히 살았던 거예요. “우리 순정이, 우리 순정이” 많이 예뻐해 주시고 칭찬도, 자랑도 많이 해주셔서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아주 아주 감사해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기도제목일 것 같던 아버지가 교회가시는 것,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막내딸 조르는 통에 마지못해 끝까지 예배에 참석하셔서 너무 너무 좋았어요. 더 부지런히 열심을 내어서 모시고 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내가 믿지, 믿으면 되지?” 하셨던 말씀이 하나님 품으로 가신 고백이었으면 해요. 아버지께 사드렸던 성경책, 찬송가 제가 가지고 있어요. 좋지 않은 모습은 그저 옛날 일로 지나가고, 긍휼이 마음과 그리움을 남겨 주고 가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보고 싶고요, 사랑해요.
막내딸 순정이가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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