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상 (달력을 보다가)
글 ● 장통주(편집부)
어느 아침 식탁에 놓여 있는 달력에 눈이 간다.
치매 극복의 날, 자살 예방의 날, 정보 보호의 날, 납세자의 날, 교정의 날, 부부의 날, 국민 안전의 날, ...날, ...날, ...날, ...
아니 무슨 날이 이렇게도 많아. 그런데 그 많은 날들의 의미 또한 우습다.
자살 예방의 날?? 이 날은 무슨 행사를,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누가 진행을 하는 걸까? 치매 극복의 날?? 치매 극복이라... 치매 극복을 위해서는 또 어떤 것을 하는 것일까? 대체로 학교의 행사로 비교하자면 장학사가 오시는 날은 학교 대 청소를 했다. 유리창의 묵은 때를 닦고 잔디밭의 풀을 뽑고, 교문으로 이어지는 길 옆 화단을 재정비했다. 복도천장과 교실 구석에 쳐진 거미줄을 걷어냈으며 바닥에는 왁스칠을 했다.
‘도대체 장학사는 학교 교육 전반에 관한 것을 장학(?)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청소 상태를 장학(?) 하러 오는 것이냐’며 투덜거리기도 많이 했었다. 자 그러면 치매 극복의 날은 어디서 누가 누구를 데리고 행사를 할까? 하는 웃지 못할 궁금증에 발동이 걸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치매 초기 확정을 받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고스톱 대회라도 여는 것일까?’ 한편으론 이러한 생각도 든다.
납세자의 날이며 국민안전의 날은 특!!! 별히 세금을 더 내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인가? 특!! 별히 국민 안전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인가? 뭐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얼마나 안하면 그런 날을 정해서 할 정도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면...저렇게 바람직하고도 재미없는 날도 있는데...한번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삐뚤어지는 날을 정해 보는 건 어떨까? 그날 하루만큼은 맘껏 삐뚤어져 보는 거다. 늘 인도로 다녔다면 화단으로 다녀 보기. 인사를 전혀 안하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녀보기. 괜히 길 가는 사람과 시비도 붙어서 한번 주먹다짐도 해보고 불리하다 싶으면 빨리 도망을 가기 등등. 신호 무시하는 날, 쓰레기 여기 저기 버리는 날, 나무 꺾는 날, 건물 안 아무데서나 담배 피는 날, 셀프서비스의 날(이날은 부장님 과장님 사장님 모든 리더들은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게 한다) 땡땡이의 날 - 학교, 직장, 군인 등등등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땡땡이를 치는 날인데 분명 우리 사회는 꼭 지켜야만 맘이 편안한 범생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가 안 돌아갈 염려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찢어진 청바지의 날, 벽에 낙서하는 날, 침 뱉는 날, 썸남썸녀의 날(아무나 붙잡고 연애하는 날 어때요?)
만들려고만 하면 정말 삐뚤어질 수 있는 많은 여러 가지 날들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지키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날” 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규정해 놓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안해야 하는 것들을 하는 “~~날”로 정해서 하면 그걸 또 안하려고 할 것 아닌가? 해라! 해라! 하면 왠지 하기 싫어지는 게 인간의 죄성 때문인지 참 하기가 싫다. 그러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꼭 하라고 정해 주면 그것조차도 안하려고 하는 청개구리 기질이 발휘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안전 불감증이니 자살률 1위니 하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도 점점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