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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안았을 때 첫 마음으로

작성자
김인영
작성일
16-04-28
조회수
1,056

내 품에 안았을 때
첫 마음으로


글 ● 김인영(청소년 사역 팀장)



목포에 내려갈 날짜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콩닥 콩닥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예쁜 딸들을 만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는 한껏 설레고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아카시아향이 진하게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5월!
우리는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여학생들처럼 마냥 즐겁고 신나기만 했다. 전남여성플라자에 11시가 넘어서자 세 대의 차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모두 안전하게 도착했고 전주에서도 차 한 대로 5분이 오셔서 모두 17명의 스태프들이 혜인 엄딸 켐프를 섬기게 되었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준비된 플라자 식당에서 전 스태프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미팅을 한 후 곧바로 숙달된 솜씨로 강의실 세팅을 시작하였다. 어수선하고 딱딱하던 강의실은 금새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로 변신하고 핑크 팀복으로 갈아입은 스태프들의 환한 미소로 인해 더 더욱 빛이 나기 시작했다.
5시 반이 되니 어머니들이 한 손엔 여행 가방을 한손엔 딸들의 손을 잡고 상기 된 표정으로 하나 둘 강의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혜인여중의 엄딸캠프는 이번이 3회째인데 인기가 높아서 희망자가 많다고 했다. 입에서 입으로 “엄딸캠프에 다녀오면 엄마와 딸의 사이가 좋아진다더라”는 소문이 자자하게 났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캠프라고 어머니들이 이야기하신다. 어느 덧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직장에서 근무하는 3가정 어머니가 조금 늦으신다고 연락이 왔다고 6시반이 되어야 도착 할 거라고 말씀 하셨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연신 과자를 먹으며 재잘 재잘거린다. 드디어 10조의 모든 자리가 다 채워지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진행자의 오프닝 멘트가 시작되는 조용한 순간, “제가, 어머니 입니다” “어머니, 제가 딸입니다” 여기 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딸들이 여러 명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강의시간에도 함께 공감하며 눈물을 닦는 모습, 그리고 강의 내용을 스펀지처럼 쏙쏙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비추어서 결단하고 다짐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순수하고 어떻게 하든지 자녀를 잘 키우겠다는 결심이 대단했다.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서로 사랑스러운 이유20가지’ 를 쓰고 서로 읽어주는 순서와 이어서 진행된 ’세족식‘ 이었다. 아이들의 존재자체만으로 사랑스러운 이유를 발견해보라고 어머니들에게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정말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이유를 많이 발견해서 급기야 우리 아이들을 울리고야 말았다. 특별한 내용을 읽어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줘서 사랑스럽다‘ 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던 것이다.
세족식에서는 엄마의 발을 미처 닦지도 못 한 채 흐느껴 우는 딸들이 있었다. 너무 안쓰러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사춘기를 심히 앓고 있는 딸 이었나보다. 방황을 하고 있어 엄마의 가슴을 많이도 아프게 한 것이 너무 미안 했는지 흐느껴 울고만 있었다. 여기저기서 엄마와 딸들은 서로 용서를 구하고 상한 마음을 씻기고 어루만져주며 새로운 관계를 다짐하며 진지하게 임하였다.



첫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이벤트를 선물하고자 스태프들이 매니큐어를 100여개를 모았다. 아이들은 신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3개씩 골라들고 엄마와 각각 배정된 방으로 올라갔다. 모처럼 엄마와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며 그간 다 나누지 못했던 마음을 충분히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 어느덧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갔지만 우리의 마음은 한없는 기쁨과 감사로 눈물 젖어 있었다. 모든 준비와 일정은 우리가 하였으나 오늘, 모든 프로그램의 총 진행자는 성령님이셨음을 실감하였기에....
지원자 어머니들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이어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엄마 사랑에 고파 있었고, 장녀인 경우 동생들과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것 때문에 사랑에 목 말라하는 것 같았다. 캠프에 와서 엄마를 독차지 한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아이들을 마냥 행복하게 한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이다 보니 집에 오면 피곤하고 시간이 없으니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눈을 맞추기보다는 공부하라 잔소리하고 ‘했니?, 안했니?“ 식의, 대화라기보다는 점검, 확인, 채근, 압박 투의 일방적인 요구를 훨씬 더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이들에게 무기명으로 평소에 집에서 엄마에게 들었던 말 중 상처가 됐던 말, 듣고 싶은 말을 적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들에게 읽어주었다. 혜인여중만 해도 벌써 3회째 이 캠프를 진행하고 있고 인성교육도 제법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에 속해서인지 비교적 아주 심한 욕설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들의 1순위는 ‘공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공부와 연관해서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무기삼아 압박을 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머니들의 이런 행동에 무척 반발하고 있었으며 어른들은 자기마음대로하고 약속도 안 지킨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엄마와 딸들의 소감문을 읽어보니 1박2일이 아쉽고 금방 지나갔다. 또 다시 오고 싶은 캠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캠프이다.... 등등의 긍정적 피드백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 고심하며 수차례 프로그램 회의와 웍샵을 통해 아이들에게 최선의 프로그램을 주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한방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환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며 해산하던 모습이 다시 떠오르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1박2일의 빠듯한 일정과 편도 5시간의 운전 등 힘든 여건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고 자원하여 먼 길을 섬겨주신 모든 스태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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