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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외로움은 다 용서 했어요

작성자
양지연
작성일
16-04-28
조회수
753

미움과 외로움은
다 용서 했어요


글 ● 양지연(런던10기)



사랑하는 아빠.
아빠를 참 오랫동안 미워해서 죄송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아빠는 나를 참 사랑하셨는데 나의 미움과 어린 마음 때문에 아빠가 사랑한 모든 방식조차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의 미움이 너무나 커져 버렸을 때 그 미움에 가려져서 아빠가 해 주셨던 사소한 것들조차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아빠를 친구한테 자랑해서 좋았지만 매일 술 때문에 늦으셨던 아빠와 이야기할 시간은 많이 없었잖아요. 아빠도 참 여리고 겁이 많은 분인데 술도 업무의 한 부분일 수도 있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어요. 딸 셋과 엄마가 매일 투덜거리기만 했으니 아빠도 외로웠겠구나 싶어요. 그리고 술을 좋아하기도 하시지만 가장으로써 치열한 매일이었겠다 싶어요.
어렸을 때 아빠한테 인정을 많이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성적이 좋을 때 항상 회사로 전화했었죠. 아빠의 ‘잘 했다’라는 한 마디가 너무 좋아서 좋은 성적은 꼭 아빠한테 먼저 보여드렸지요. 그러다 예민한 고2시절 아빠는 저한데 너무나 큰 상처를 주셨어요. 아빠는 한 때의 실수였으므로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그 때부터 아빠를 미워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서 해결됐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두었던 거였고 그러면서 아빠에 대한 좋은 모든 기억이 다 사라졌어요.
어느 날, 주님께서 아빠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 죄라는 것을 알려주셨을 때 정말 세상편지쓰기에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나에게 큰 잘못을 했으니 당연히 미워하는 건데 그게 왜 죄일까 반문하기도 했었지요. 아빠 정말 죄송해요.
예수님이 천천히 여러 방법으로 아빠가 해 주셨던 소소한 감사거리를 다시 생각나게 해 주셨어요. 나를 앉혀놓고 항상 손톱, 발톱을 깎아 주셨던 거, 머리 감겨주고 타올로 탁탁 소리 내며 말려주시던 것, 내가 열이 많이 났었는데 밤새 젖은 수건을 바꿔가며 머리 위에 올려 주셨던 거. 새벽에 모기 때문에 깨서 징징 거렸더니 불을 켜고 끝까지 잡아주셨던 것. 왜 이런 많은 일들이 까마득하게 생각나지 않았을까요? 얼마 전 아이 문제로 통화했을 때 말씀도 많지 않으신 아빠가 “맘이 힘들겠네”라고 하셨던 그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100마디 말보다도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많이 울었어요. 내가 한국에 잠깐 다녀왔을 때 주님이 생각나게 해주신 감사의 편지를 드렸을 때 내 큰 딸, 내가 너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문자를 주셨을 때 아빠가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나 싶었어요. 아빠와 나의 그 미움과 외로움은 서로 다 용서했다고 생각해요.
아빠 지금도 무뚝뚝한 큰 딸이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잘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고 나에게 정말 큰 산으로 서계셨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아서 죄송해요. 머리 수술한 것 빨리 회복하시고 영육 간에 강건하시길. 아빠 감사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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