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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어머니가 아닌 딸로 보니 맘이 편하네요

작성자
오승연
작성일
16-04-28
조회수
919

어머니가 아닌 딸로 보니
맘이 편하네요


글 ● 오승연(강서15기)



어머니…
다른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 이름이 제게는 인생에 낙심과 분노를 가져다주는 부르고 싶지 않는 이름입니다. 나의 삶의 모든 부분에 부정적이고 앞으로 갈수 없게 만든 올무 같은 말입니다.
어머니! 맏이로 태어난 게 제 잘못이 아닌데 왜 그렇게 딸 둘에게는 모질게 하세요.
엄마도 여자잖아요.
어린 시절 엄마는 보고 싶지 않은, 없으면 좋을 존재였습니다. 저는 어린데 열 살도 안 된 뼈만 남은 제게 무거운 짐 속에 저울추를 넣어서 머리에 이게 하시고 어머니는 먼저 집으로 가셨는데 허허벌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넘어졌어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그냥 앞만 보고 가셔서 땡볕에서 한 나절도 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곱 살 무렵에는 도박하는 아버지 찾아 잠자고 있는 저를 깨워서 깜깜한 시골길을 십리나 걸어서 찾아갔다가 동네 들렸다 온다면서 공동묘지하고 상여집이 있는 곳에 혼자 남겨놓고 갔던 일. 그때 그 두려움은 지금도 무서워요.
아버지께서 장사 가셨다 며칠씩 안 오시면, 학교 가져갈 돈 달라면 동생들은 말없이 주시면서 제겐 화를 내며 주시시고 중1때 체육복 값 가져가야 되는 데 돈이 많이 있는데도 다음에 가져가라고 했던 일. 그때 그 날이 마지막 날이었는데, 졸랐다고 담장의 돌을 던져 내 머리를 맞히고서 쓰러져 있는 저를 그냥 지나갔던 어머니. 친한 친구 큰 아버지와 바람났다 내게 들킨 일. 고1때 병원에서 수술하고 있던 저를 놔두고 하루 동안 남자하고 놀러갔다 왔던 일, 내 병수발 한다면서 아무것도 해 주지 않고 남자하고 내 병실에서 같이 자겠다던 어머니.
어머니... 아무리 헤아리려 해도 제가 어머니가 되고 보니 더 이해하기 힘든 어머니입니다. 이혼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인감 달라 해서 아버지 유산 다 가져가서 남동생 둘에게 다 주신 거. 딸들 결혼식에 이불도 안 해주셨던 일. 외 손주들 언제 낳았는지도 모르시고 이름도 잘 모르시는 어머니. 아들이 손주 낳았다고 힘들다고 십 칠년 전에 이천만원이나 되는 차를 사주시고 몇 백 만원씩 주셨다며 사위들 앞에서 자랑하시던 어머니. 그날 두 딸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팔순에도 주름이 많다고 혼자서 목회하는 딸에게 삼백씩이나 들려서 주름수술, 쌍 커풀 수술, 화장품, 옷 패물등 여전하시지만 그것이 이젠 제겐 분노나 원망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이 이렇게 부어지려고 육의 부모가 사랑할 줄 모르도록 하셨구나! 그 사랑이 어떤 건지 공허함을 찾다가 이제 주님 사랑에 취했구나’ 깨닫게 되니 감사합니다.
딸은 남이라던 어머니
저 혼자서 자식 노릇 하게 됐네요. 이제 하나님 안에서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내 어머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머니를 돌아보니 이제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또 제 자신 안에 비어있는 공허함을 남자를 통해 확인하려 하며 방황 했을거에요. 이젠 어머니가 아닌 딸로 보니 맘이 편하고 ‘필요한게 없나?’ 걱정하게 되고 한두 시간씩 넋두리도 들어주게 되었네요.
어머니! 주님이 저를 다루시는 과정이에요.
어머니와 제가 모녀 관계가 된 것도 하나님의 섭리이십니다. 사시는 동안 돈좀 내려놓고 건강하게 사시다가 주님 품에 안겨서 맘의 외로움이 없도록 꼭 주님 만나세요.

든든한 큰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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