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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하나됨

작성자
김은희
작성일
15-05-20
조회수
914


Life

Home Story

글 / 김은희(본부O기)



그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을 한 지 벌써 13년째. 얼마 전부터 주 2회 Life Home 교사로 과외 활동을 하기에, ‘오늘은 Life Home에서 자는 날이구나.’ 생각하며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선다. 오늘따라 허리가 무척 아픈 나를 바라보던 미연(가명)이 말을 걸어온다. “샘, 허리 아프니까 내가 설거지 할게~” 한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미연은 3~4살 정도의 지적수준으로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아이. 말이 짧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토라지고 화내며 늘 대장 노릇하는 아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샘 왔다.” 하며 문을 열자 미연이는 쇼핑백을 건네면서 다른 애들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선물!!!” “무슨 선물인데?” “선생님 생일이잖아.” 맞춤법이 엉망으로 적힌 생일카드를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예의 없는 말투이지만 정상인보다 더 큰 정상인이었기에.

Life Home은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4명(다운증후군 3명, 지적장애 1명)의 장애인들을 만나 일상을 배우는 곳이다. 담당교사인 나는 그곳에 쌓인 그릇을 씻고 화장실을 청소, 정리한 후, 4명의 일상을 상세히 관찰하며 생활의 적응을 가르치고, 보고서에 기록한다. 장애인에게 Life Home생활은 쉽지 않다. 가스 불 조절이 어렵고, 음식 조리는 큰 도전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그들에게는 크나큰 장애물의 연속이다. 현관문의 번호 키 누르는 일도 수없는 반복을 통해야만 겨우 문을열 수 있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기대하고 격려하며 기다린다.

인구의 5%인 250만 명이 등록장애인인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은 해가 거듭될수록 더 증가하고 있다. 현대는 어제의 비장애인이 오늘의 장애인, 또는 내일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사회이다. 그러나 그들과 13년을 함께하면서 종종 비장애인의 장애적 사고를 발견한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몸짓, 말투, 외모에 시선을 고정하고, 함부로 말하며 함부로 여긴다.

그렇다면 그들과 더불어 하나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길은 단순하다. 비장애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듯, 장애인들의 모든 제스처 역시 평범한 일상으로 이해한다면 하나로 어우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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