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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이 아닌 하나님의 일

작성자
이은경
작성일
15-02-27
조회수
955

내 일이 아닌
하나님의 일

글 / 이은경 (2014년 영국 개설 팀장)




남편 회사 일로 영국 주재 발령을 받아 영국에 도착 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학교 제의를 받았다. 이미 대학생 딸을 둔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나이와 학력, 자라온 환경 과 배경, 특히나 낯선 이국 땅에서 각기 다른 모습 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머니’ 라는 이름 하나로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며 삶을 진솔하게 나누고 있 었다. 가정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지만, 그 안에서 가장 많이 상처받고 아플 수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왜곡된 현재의 나를 만들고 그 상 처를 자녀에게 되물림하게 한다. 나 역시 아버지의 잦은 술주정과 어머니와의 불화를 보면서 자란 탓 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고, 결혼 이후 남편을 신뢰하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기까지는 하나님과의 만남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거기엔 꽤 많은 실수와 시간들이 필요했다. 어머니학교 수료 후 회 장으로 선출되면서 하나님께서 혹 이 일을 위해 나 를 이곳에 보내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헌신하기 를 결단했다.

실제로 나의 3년의 주재 기간 첫 해는 지원자로, 작 년엔 스태프로, 그리고 올해는 개설팀장으로 섬기면서 말할 수 없는 은혜를 경험했다. 특히 올해 개설을 맡아 22년 차 평범한 주부인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맡았다는 두려 움에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분명한 몇 가지를 깨닫게 하셨다. 그 첫째는 어머니학교는 네 일이 아니라 내(하나님)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하신 순간부터 참 자유가 찾아왔다. 그분의 일이기 때문에 당신이 하실 것이고 실제 로 소름 돋을 만큼 하나님의 일하심을 하나하나 경험하게 하셨다.

둘째는 어머니학 교는 전 세대를 막론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역이라는 것이다. 이번 런던 9기 어머니학교에는 특이할 만한 두 가지 사항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원자 의 많은 수가 70년대 후반~80년대 후반까지의 젊은 애기엄마들이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탈북하여 영국에 난민자격으로 정착한 가정들로 한 테이블을 구성한 점인데, 그들 역시 대부분 70년대~80년대생들이었다.

탈북자들 특히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로 참석한 그들에게 어머니학교는 10대 에 탈북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초의 교육기관이 되어주었고, 그들에게 최 초로 학교 수료증을 안겨주었다. 아내들의 졸업식이라며 각자의 일터에서 시간을 내 어 꽃다발을 들고 온 남편들의 해맑은 미소 뒤의 6월의 영국의 하늘이 유난히도 맑았 다. 길지 않은 그들의 인생 속에 묻어 있는 진한 고난의 흔적들을 우리 내 젊은 엄마 들이 보며 좀 더 강인해지길, 그리고 행복이란, 일상 속에 잔잔히 찾아오는 것임을 느끼길 기도 드렸다.

잠시 머물렀던 영국 생활을 이제 하나씩 정리하며 어머니학교와 깊은 인연을 맺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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