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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우리집의 머리인 당신께

작성자
전윤주
작성일
15-02-27
조회수
950

우리집의 머리인
당신께

글 / 전윤주 (싱가포르 10기)



사랑하는 당신에게.
한 달 전만 해도 나는 이 말을 차마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애증의 당신이라고 썼을 것 같아. 하지만 내 생전 처음으로 6시 40분에 출근하는 당신을 안아 주며 "잘 다녀와"라고 했는데 어쩜 하나도 밉지도 힘들지도 않았는지. 요즘 나도 내 행동에 놀라고 있어. 당신에게 하지 않았던 닭살스러운 행동을 해도 하나도 부끄럽거나 분하지 않아. 당신도 느껴? 당신도 느껴 주길 간절히 기도해. 나의 변화로 인해 주님께서 부어 주시는 사랑의 잔이 넘쳐 당신에게 스며들길 간절히 기도해. 나의 변화는 주님의 뜻이야.
여보!!! 결혼 전,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어. 나는 그때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행복을 느꼈어. 그런데 결혼 후 어쩜 그리 다른지…. 정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너무나 달라서 유리벽에 대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이었어. 나는 돈보다는 당신의 관심과 따뜻한 위로와 배려가 있는 대화가 필요했는데….
당신이 나의 모든 것들을 부인하고, 인정해 주지 않고, 외롭게 하고, 무시한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난 그런 당신을 피해 참 헛되고 헛된 명예를 위해 밖으로 눈을 돌렸지만(교육), 아이들은 내가 계획한 대로 커 주지 않았어. 나의 교육 철학을 개 박살 내며 방관하는 당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보일 때마다 얼마나 아이들을 구박하고 윽박질렀는지 몰라. 내가 도와주고 안아 줘야 할 그 작은 아이들에게 난 엄마가 아니라 학부모였고, 당신에 대한 결핍욕구를 아이들에게 모두 투여해서 집착했어. 정말 사랑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엄마였음을 회개하고 후회해.
당신이 정말 싫었어. 당신 정말 너무 너무 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한 달 전쯤, 유튜브 에서 남편을 돕는 배필로 여자를 만들었는데 순종하지 않고 지배하려 했기에 고통속의 나날을 보내게 됐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남편이 밖에서 서류철로 맞고, 욕은 태반사고, 무릎 꿇어가며 돈을 버는 그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 모습을 봤다면서 남편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어. 나는 한 번도 당신이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어. 당신을 우리 집의 머리로 세우지 못하고 순종과 돕는 배필의 말씀을 무시한 죄로 힘든 애증의 터널을 겪었던 거였어.
5년 동안 당신 학위받기 위해 공부할 때 내가 직장생활 하며 당신을 뒷바라지 했다는 자만심으로 시댁을 무시하고 당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 너무 미안해. 나는 너무나 외롭게 자라서 나의 모든 것들을 당신이 채워줄 줄 알았어. 그래서 더욱 당신에게 바라기만 하고 집착했어. 그런 나에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집착한다며 내 성격 전부를 무시하고 밟은 당신을 죽여 버리고도 싶을 만큼 싫었어. 이제 나는 아버지도 계셔, 하나님 아버지. 나를 여기로 지명하여 불러서 주님을 알게 한 하나님이 계셔서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여보! 당신에게 미안해. 내가 먼저 사과하지 못하고 내 상처 속에 갇혀 있어서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미안해. 난 이제야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는 되지 않았던 당신과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모든 것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해…. 내가 잘 할 수 있도록 당신이 지켜봐 줘. 훗날 당신에게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내라고 감사하다는 그 말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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