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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사진 찍기-에버랜드

작성자
장통주
작성일
15-02-27
조회수
916

추억의 사진 찍기
에버랜드

글 / 장통주(편집부)

1996년 5월. 장미가 한창이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어느 일요일. 두 남녀가 용인 에버랜드를 찾았다. 촌티 풀풀 날리던 여자와, 그 여자에게 무엇이든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체험시켜 주고 싶은 남자는 자신도 잘 못타는 바이킹을 억지로 태워 여자를 울리고 그 모습을 사랑스레 바라보며 웃던 그 시절. 시간은 흘러 두 남녀는 다행히(?)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그 아이들과 함께 또 그곳 에버랜드 놀이공원을 찾아 추억을 켜켜이 쌓아 간다. 아이들은 어느덧 청소년이 되어 이제 더 이상 엄마 아빠와 놀이공원 따위는 함께 가려 하지 않는다. 그 자리엔 친구들이 채워져 갈 뿐이다. 이제 다시 둘이 된 남녀는 1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그 용인 에버랜드를 단둘이 찾는다.

18년 전 그들이 가져왔던 카메라보다 진보한 DSLR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그때 찍었던 스냅사진 몇 장을 앨범에서 찾아내 꺼내들고, "여긴가?" "아니, 저기 같아, 산의 모양이 달라" "여긴가?" "어 동상의 모습이 여긴 이 각도인걸 보면 조금 더 가야 하나 봐" "그런데 산이 좀 낮아졌나? 사진보다 산이 좀 낮다 그치?" "어 가로등도 새로 생겼고 나무도 새로 심었네." "그렇겠지. 그럼 18년 동안 아무것도 손 안 댔겠어?" "어!!! 분수가 없어졌다? 그 자리에 광장이 들어섰나봐." 이리저리 사진과 비교해 가며 그 자리를 찾고 그때의 자세와 옷차림, 패션을 재현해 삐삐 대신 스마트폰을 허리춤에 끼워 넣고 사진기 자동 리모콘을 누른다. 그때의 설렘이 재현되고 그때의 풋풋함을 재현하려 애쓴다. 굳이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자기 손이 내 어깨 이쯤이네, 다시 찍자"
"사진 속엔 되게 수줍게 웃고 있는데 이건 좀 느글느글하다. 그치?"
"ㅋㅋ 그땐 수줍을 수밖에 없었지, 뭐."
저 남자랑 결혼해 지금까지 산단 말이지. 내 남자란 말이지…. 하는 생각. 또 다른 사진 속 장소를 찾아 그때를 재현한다. 비교를 해보면 촌스럽고 풋내기 같던 그들의 얼굴에는 이제는 여유와 부드러움, 그리고 주름이 묻어있다. 장미정원은 줄기가, 가지가, 꽃송이가 더 무성해졌고 우리의 추억도 더 무성해진 듯하다. 시간이 더 흘러 다시 이곳에 와서 사진을 또 재현해 보자, 다짐하며 즐거운 한 때, 부부가 아닌 연인 인 듯한 한때를 보낸다.

자, 앨범을 펼치세요! 유난히 좋았던 시절 기억나는 사진을 꺼내들고 카메라를 들고 가보세요.
그 장소로, 그와 함께 또는 그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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