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하실래요?글 | 장통주(편집부)
임신하고 우연히 마신 연한 원두커피가 입덧을 가라앉히는 걸 알고 원두커피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믿기 전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그 다음날 숙취 해소엔 물도 라면국물
도 시원한 콩나물국도 소용이 없었다.
역시 우연히 마신 원두커피가 숙취를 해소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나 보다. 힘들 때 나의 속을 다스려 주던 커피 한잔.
커피는 맛과 향 때문에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관계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피 한잔 할래요?”
마음에 드는 이성 간에 또는 일에 있어서 관계를 부드럽고 조화롭게 만드는데 ‘커피
한잔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싶다.
좋아하는 것과 아는 것은 별개라며 커피 배우기를 멀리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커피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요 녀석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다.
커피생두를 볶고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내리고 하는 그 과정 속에 재미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또한 즐겁다.
그런데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는 커피 블렌딩이 남아있다.
원산지마다 또 볶는 정도에 따라 또 품종에 따라 커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누가 내리느냐, 누가 볶느냐, 날씨는? 물의 온도는?’
정말 예민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이런 녀석들을 잘 섞어서 맛있는 맛을 내는 것을 블렌드라 한다.
저급 커피인 베트남과 최고의 커피인 블루마운틴과 신맛, 단맛, 쓴맛, 바디감을 두루
두루 장점으로 지닌 커피들을 잘 선별해 섞어준다.
철저한 기호식품인 커피는 내 입에 맛있다고 하여 저 사람에게도 맛있으리라는 보장
은 없다.
하지만 누가 마셔도 두루두루 괜찮은 맛이 난다면 그게 최고지 싶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까다로운 사람, 둥글둥글한 사람, 정리를 잘하는 사람, 어지르지만 말로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 고집 있는 사람, 그 고집을 받아주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불협화음이 아닌 최고의 화음을 내는 때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학교가 아닌가!’ 한다.
모두가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시어머니로부터, 친정엄마로부터, 아버지, 남편, 친구,
자녀로부터 상처를 받아 금가고 이가 나가고 구멍이 난 영혼들이 제각기 각 처소에서
한데 모여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모두가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 준다.
커피와 어머니학교….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저기…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