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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가 아닌 연인

작성자
이현주
작성일
14-12-05
조회수
928

원수가 아닌 연인

글 | 이현주(런던 8기)



‘엄마’는 부담이 없는데 ‘어머니’는 왜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걸까?
그동안 모두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남편과 아이를 움직였던 것 같다.
어머니학교를 통해 결혼생활 18년을 되돌아보며 쏟아 부은 욕심, 악한 기운이 나에게 다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항상 일어나면 남편이 먼저 “잘 잤어?”라고 묻는데 난 바쁘다며 대충 받아 들였다.
그 인사에 남편의 사랑이 있었던 걸 알게 되었다.
“음… 잘 잤어. 자기도?”하니 서비스로 허그가 따라왔다.
내가 순간순간 남편에게 사랑보다 ‘원수’하는 기분이 더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발 씻기를 통해 시어머니랑 발이 닮은 그를 발견하고 ‘평생 아끼며 키운 아들이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마음대로 하면서 소홀이 했나!’ 싶어 미안해졌다.
내가 웃어주고 스포츠 TV 보는데 옆에 앉아 얘기 나눠주니 좋아서 춤도 추는 단순한 남자인데 아이에게만 집중하느라 외롭게 한 것 같다.
나의 사랑방식이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딸아이였는데 매일 매일 숙제를 통해 딸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은 나눔을 통해 우리 가정에 제 2막을 열게 되는 귀한 시간들을 가졌던 것들에 대해서 감사할 뿐이다.
주님이 내게 이런 과정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찬양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릴 뿐이다.
‘어쩜 이렇게도 주님은 날 사랑하실까?’
‘우리 가정을 왜 이리 예뻐 보실까?’
그동안 마음에 알 수 없는 미움이 싹터서 남편과 딸아이에게 무지 짜증냈던 내가 감당이 안 되서 힘들어 할 때 이런 귀한 시간을 나를 위해 예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일하느라 소홀했던 한국에서의 생활,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의 관계를 다시 무장하게 하시려고 우리를 여기 영국으로 부르신 것에 큰 감사를 드린다.
이제 내가 건강한 어머니로 서약하게 만드신 주님의 크나큰 사랑에 또 한 번의 감사를 드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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