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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과거 안기

작성자
박진영
작성일
13-12-19
조회수
1,014

남편의 과거 안기


글 | 박진영(광주 16기)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에게
이상하게 편지를 쓰려니 우리의 20년 살아온 것들이 생각나며 당신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려 하네요.
연애시절부터 나에게 온갖 지극정성을 다 보여준 당신의 청년 시절이 떠오릅니다.
길을 걷다 어느 집 정원 높은 곳에 핀 하얀 장미가 예쁘다 했더니 옆에 세워진 트럭을 타고 올라가 냉큼 따다 내 손에 들려주던 그 청년이 이젠 하얀 머리 숫자가 검은 머리 색깔보다 더 많은 중년의 남성이 되었네요.
우리의 20년 생활이 녹록치 않았지만 항상 ‘당신 최고야.’, ‘당신이 만든 게 제일 맛있어.’, ‘어쩜 이렇게 예쁠까?’하며 나를 토닥이는 당신의 사랑에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이상을 회사일로 보내는 당신을 보며 나의 20대와 30대는 참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휴가 한 번 못 가고 나는 언제나 혼자서 아이들을 챙기며 생과부가 아니 과부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녔고 가족의 경조사에 참석하고 심지어 당신의 부모님 기일에도 먼저 가서 당신을 기다려야 했지요.
지내놓고 보니 담담히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저렇게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해야 하나?’하고… ‘왜그리 힘들게 사는지…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일로 몰아대는지… ’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형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른 아이들보다 지적으로 낮고 우울증의 증세까지 가지고 있다고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때 조차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의 현실에 마음이 무너지고 세상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계성 지수를 가진 우리 형서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오직 하나님뿐이었고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 봉사하며 두 아이들과 성전에서 사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고난이었던 것이 지금은 축복임을 압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있는지 하나님께 반문도 해 보고 큰 아이가 불쌍해서 기도하며 매달렸습니다.
이런 딸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우리 형서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초등학교 시절 등굣길에 손 붙들고 학교 앞까지 가주던 당신의 든든한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당신의 그 든든함이 있었기에 우리 가정이 평안했었고 없는 시간에도 아이와 함께 하려는 정성이 통한 듯 합니다.
시댁 아주버님 보증문제로 우리 부부에게는 작년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유독 형제, 자매에게 약한 당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대화로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 죽든지 이혼하든지 하자.”라는 말에 화가 나서 “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혼하냐?”고 “우리 아이들 지금까지 어렵게 키워 왔는데 이게 할 소리냐?”며 “죽을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살자.”고 했던 말 기억나나요.
당신은 그때 내게 그랬죠. “내겐 형과 누나가 아버지이고 어머니였다.”고…. 그 말을 듣고 이해가 되었어요.
자신도 힘들면서 보증서 주고 담보 대출까지 해 주면서 좋다는 소리도 못 듣는 당신의 심정을… 당신이 너무도 불쌍해서 그때부터 40일 밥 한 끼 금식을 하면서 작정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당신을 긍휼히 여기시고 어린아이 때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라고….
하나님은 나의 기도 응답으로 오늘의 당신 모습을 변화시키셨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식당 봉사, 장애우 봉사활동, 사랑부 섬김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힘을 내서 살아요.
우리가 한곳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내조자로 저도 열심을 내 보렵니다.
사랑하는 내 남편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라 열심히 기도하며 당신을 도우며 우리에게 주신 어여쁜 두 딸 감사함으로 양육하며 살게요.
당신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오늘도 출장 중에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어려운 일들 만나지 않도록 기도할게요.
사랑합니다. 당신의 아내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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