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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현주(본부 69기)
아버지께
아버지라는 이름을 이렇게 조용히 불러보니 따뜻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아버지...
그동안 건강히 잘 계셨는지요.
이 딸은 항상 걱정만 끼쳐드리고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는 것 같아 죄송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홀로 객지에서 직장을 다니셨고 저는 혼자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지요.
호랑이 할머니로 소문난 조모 밑에서 저는 씩씩하고 착하게 자라났지만 엄마 없는 외로움은 어쩔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아버지를 가끔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했지요.
따뜻한 사랑이 고팠던 저에게 아버지는 무심하기만 하셨고 장학생으로 들어간 대학교 4학년 때 등록금 일부밖에 지원 못 받아 아버지께서 저를 때리셨을 때 얼마나 서러웠던지 잊어버린 듯이 살아왔지만 아버지께 편지를 쓰다 보니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어릴 적 사랑받지 못하고 혼자 씩씩하게 자라서 저는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해결해 왔으며 그러는 중에 과오도 많았던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를 아버지 자체로 보고 이해하려 노력했고 지금은 그때 그 서럽고 원망스럽던 마음이 많이 없어지고 그저 ‘아버지니까…’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시절부터 큰 병이 걸리고 어렵게 생활하면서 사람이 그리워 세월을 낭비한 것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숱한 병마로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지만 그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이 아플 때 아버지로서 희생하는 마음이 적으시다.’고 속으로 서운해 했지요.
이제 나이 드셔서 젊었을 때 그 패기와 혈기는 사라진지 오래시고 노후 준비도 못하셔서 정부 지원을 받는 슬픈 영혼이 되셨지만 꿋꿋하게 살아 주셔서 감사해요.
딸이 이렇게 큰 병에 고통 받는데도 그 고통을 함께 나누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바랐지만 여전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 번이나 병원에 입원하며 걱정을 끼쳐 드렸고 낫지 않는 불치병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저로서는 다른 사람들의 자녀들만큼 아버지를 보살펴드리지도 못하는 건 ‘아프니까….’하고 핑계되고 있답니다.
아버지
세상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으나 이제 아버지도 저도 돌아갈 그 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좀 더 일찍 하나님 만나 뵙기를 간구하였더라면 아버지께 더 효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라도 주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길 원합니다.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다 버립니다.
이제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우겠습니다.
더욱 낮아지도록 노력하고 기도하겠습니다.
한분 밖에 없는 세상의 아버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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