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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행 ‘ 쉼표 ’

작성자
서인형
작성일
13-12-19
조회수
1,302

여행 ‘ 쉼표 ’


글 | 서인형(대구 10기)

휴가에 관하여 나라마다 시각차가 현저하다. 바캉스의 종주국인 프랑스는 휴양을 위한 휴가로 ‘바캉스’를 떠나지만, 한국은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간다. 올해는 너무 더운 폭염의 연속이다. 마음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눈을 꿈꾸지만, 현실은 더위를 피해 나서야 했다.
‘여행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 했던가?’
양양을 향하는 한계령 고갯길에서 초록 공기를 들이마시고 오색에서 멈춰 톡 쏘는 약수 한 잔을 남편에게 건네니 업무에 지친 남편의 얼굴에 미소가 머문다. 남편은 한계령이 양양8경 중 하나이며, 양양은 해돋이 고장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즐길 수 있는 여행코스라고 한다. ‘양양 8경?’ 생소하다. 여고시절 정철의 관동별곡을 배우면서 ‘관동 8경’은 접했으나, ‘양양 8경’이란 생소한 단어에
“오빠! 양양 8경이라고 들어봤어?”
“응. 들어봤어.”
“왜 8경이라고 해? 정철도 관동 8경이라 하고, 여긴 양양 8경이라 하니.”
“원래 8경이란, 중국 송나라 때 문인화가인 『송 적』의 ‘소상8경도’에서 유래했어. 어느 날 양자강 중류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다가 매료되어 그림으로 그렸지. 8곳을. 그래서 붙인 이름이야. 그 뒤 우리 조상들이 유람이나 새로운 발령지를 다니다 아름다운 명승지를 만나면 12경 · 10경 · 8경등으로 붙였어. ‘OO 8경’ 이렇게 말이야. 관동별곡도 그렇게 해서 네가 교과서에서 만난거지. 송 적이 11세기 송나라 사람이고 정철은 16세기 조선 사람이야. 8경은 아름다운 자연의 대명사이자 문화경관의 포인트라고 보면 돼. 요즘은 지자체가 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래서 임진팔경, 수원팔경 화성팔경, 계룡팔경, 설악팔경, 경포팔경, 우도팔경, 울릉팔경, 관서팔경 등이 있어.”
“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나.”
“그럼. 8경에는 과거도 있지만, 현재도 있어. 조선조 정철의 관동별곡이 과거라면,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곳 한계령은 현재겠지? 그러나 먼 훗날 어느 작가가 이곳을 여행하다 소설을 쓴다면 그 소설책은 시간의 미래라고 볼 수 있어. 아직 그 책이 안 태어났으니까.”
강원도는 남편과 훌쩍 떠나기 좋은 곳이기에 자주 간다. 그러나 이번엔 새로운 것을 발견하니 이것조차 여행의 묘미이다. 2013년 여름 날 낯선 곳에서 송나라의 문인화가를 만나다니….

서울 떠난 지 어엿 3시간, 차가 멈춘 곳은 양양 앞바다를 마주한 한국 속 스페인인 쏠비치 리조트이다.
‘태양’이라는 의미의 ‘SOL’과 ‘해변’이라는 의미인 ‘BEACH’의 합성어로 태양의 해변이라는 의미를 담은 쏠비치의 해변은 동해를 품은 테라스 카페이다. 바쁜 업무로 늘 스트레스 충만한 남편을 위해 나선 피서길이기에 이번 여행은 ‘피서’라기보다 ‘바캉스’의 의미이다. 목표 지향적이며 계획적인 남편과 자유여행을 즐기는 나는 여행길에서 종종 다툰다. 어머니학교의 2강 속 주인공처럼.
그러나 이번 여행은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무념무상에 잠기거나, 해변을 산책 하는 등 휴양을 위한 휴가로 시간 보내기를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나머지 양양 8경을 둘러보기로 하고.)
바쁜 서울생활에서 남편에게 이곳은 힐링의 장소이며, 자신을 돌아보는 휴식처였다. 부부는 살면서 삐걱대다 하나 둘 맞춰간다 했는데 우리 부부도 결혼기념일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부부간 조율의 방법을 터득하는지 간만에 둘 다 만족한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유도 평소 철저히 계획하며 열심히 살아온 날이 바탕 되어 누릴 수 있는 호사이기에 남편에게 감사할 뿐이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광고 카피가 달콤함은 열심히 살아온 남편의 땀과 시간이 있었기에.

대다수 휴가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이며,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남편과 여행길에 남편은 먼저 상세한 계획을 짜야 편안하지만, 나는 무계획적인 떠남을 즐긴다. 여행길에서 사소한 다툼이 일상이 되었는데, 이번 어머니학교를 섬기면서 다시 한 번 ‘아내의 사명’을 떠올리니 남녀의 차이는 틀림이 아닌 다름이란 배움이 기억났다. 남편 또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수용하는 나의 모습에 힐링으로 조율되고 있다.
부부가 손잡고 나선 여행길은 둘이 하나가 되는 사랑이자 삶의 쉼표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사노라면 때로는 사치도 필요합니다. 입술도 칠하고 귀걸이 목걸이도 걸어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놓습니다. 아마도 가장 의미 있는 사치가 여행인지도 모릅니다. 얼굴을 꾸미고 몸을 치장하는 사치가 아니라. 인생의 시간을 벌어들여 새롭게 시작하는 그래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값진 사치입니다.』

한 번쯤은 작은 사치를 부려보자. 우리의 삶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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