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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세상
사람과 자연의 조화
한택식물원
휴가는 가야겠고, 사람 많은 곳은 싫고, 차를 타고 오래 가는 것도 싫고, 어디 가까운 곳에 바람도 쐬고 한가로이 거닐 수 있는 하루 휴식처를 찾는다면 자가용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용인‘한택 식물원’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6천원,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글 장통주(편집부)
지난 새벽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린 후 하늘도 그럭저럭 흐리고, 땅도 그럭저럭 질척했다.
하지만 숲속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것도 좋지만 비 내린 후의 숲길을 걷는 것은 무척이나 좋았다.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나무는 처진 회화나무, 전에 어느 식물원에 갔더니 가지가 희한하게 쳐져서 그 나무 아래 들어가면 아무도 못 보겠기에 남편과 뽀뽀를 하고 나온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쳐진 회화나무였다. 오늘은 나무가 덜 쳐진 관계로 뽀뽀는 하지 않았다.ㅋㅋ
산책로의 맥을 알 수 있는 큰 길은 아스팔트가 깔려져 있지만 요기조기 살짝살짝 꾸며져 있는 정원 오솔길은 흙이나 물이 잘 빠지는 돌들이 깔려 있어 걸을 때 들리는 사박사박 소리가 듣기 좋고 비가 온 후인데도 질퍽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정원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어린이동산에는 작은 놀이터가 꾸며져 있는데 쇠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아닌 순전히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들이다. 동화 나라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내가 너무 큰 건지, 집이 너무 작은 건지 소인국에 온 거인 같았다. 미쳐 화장실을 들르지 못해도 산책하는 도중 식물원 한 귀퉁이에 실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쯤 올라가니 친절하게도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요즘 세상은 어디를 가든 화장실과 쓰레기통만 잘 갖추어져 있어도 참 기분이 좋다. 화장실에서 계속 걸어 올라가니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올리브 그린 색으로 꾸며진‘카페 티트리’. 카페보다 더 황홀하고 기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카페 주변에 심겨져 있는 벚꽃나무다. 카페를 중심으로 위아래 양 옆 길이 모두 벚꽃나무다. 봄에 오면 더욱 황홀할 것 같다. 남편과 봄에 꼭 오기로 약속했다. 커피를 시켜 카페 밖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에서 자연을 느끼며 커피 한잔 내지는 꽃차를 마실 수도 있다. 산 정상까지 가고 싶었으나 저질 체력으로 인하여 산 중턱에 있는 매점에서 각각 소프트 아이스크림 포도 맛과 녹차 맛을 사 먹으며 내려왔다.
평일이라 한가로운 수목원. 중간 중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연인, 노 부부 등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맛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쉼을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맛이 느껴지는 벤치와 여럿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곳도 많아 쉬엄쉬엄 쉴 수 있다.
내려오는 길옆에서 발견한 보리수나무. 어릴 적에 먹어본 이후로 못 먹어 봤는데 (시장에서 팔기는 하지만 비싸서 사 먹을 엄두를 못 냈었다.) 보리수가 너무 많이 열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맺혀 있는 것을 보며 열심히 따먹었다. 보리수의 매력은 떨떠름함에 있다고나 할까? 우리 신랑은 몇 개 먹어 보더니 시다며 못 먹었다. 식물원과 차가 다니는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편에 수생 식물원도 있다. 연꽃과 물속에서 사는 나무 음녹수가 심겨져 있다. 한창 연꽃이 필 때라서 푸른 연잎과 연꽃, 그리고 연잎에 맺혀 있는 빗방울들이 아름답다. 나무 길도 참 인상적이다.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식물원 관람 후 가볍게 돌아볼 수 있다. 식물원에서 구경한 기억에 남는 나무들을 소개해 보고 싶다. 명자나무에 꽃이 피면 그 모습이 아가씨와 같다고 하여‘아가씨꽃나무’또는‘명자꽃’으로 부른다고 한다. 안내판을 보던 신랑이 나를 갑자기‘획’잡아끌고 가기에“왜 그러냐?”물었더니, 옛사람들은 이 꽃을 보면 여자가 바람이 난다 하여 집안에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나. 불에 넣으면‘꽝꽝’소리가 난다는 꽝꽝나무, 뽕나무 잎을 먹으면‘뽕뽕’방구를 끼게 된다는 뽕나무, 그리고 신기한 체험을 하게 해준 나무가 있는데 바로 계수나무이다.
‘푸~른 하늘~ 으은하수~~ 하얀 돛대엔~~~ 계수나무~ 한 나무~~토끼 한 마리~’
동요 속 계수나무 많이 들어도 보았고 불러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아시는가? 계수나무잎의 냄새를 맡아보면 솜사탕 냄새가 난다. 집에 가져와 아들에게 맡아보라며 주었더니 아이의 얼굴에서도 신기한 표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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