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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어머니학교 물품실 풍경

작성자
장통주
작성일
13-12-13
조회수
984

어머니학교 물품실 풍경

글 | 장통주 (편집부)

“어허 왜 이리 어둡냐. 막내야 불켜라!”
“딸칵!”
“자 이제 본부 73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한 며칠 잘 쉬었지? 또 시작이야 조금 있으면 편지팀장이 와서 물품 체크 할 건데. 다들 낙오되지 말구 살아남자고.”
“네 화로형님”
“저기… 화로형님은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나? 나야 오래되었지… 1주차에 시작되는 태우기 예식에 필요한 물품이니까 젤 먼저 구입했지. 아 근데 기수마다 기분 나빠 죽겠어. 어떤 기수에는 청소를 잘해줘서 재 하나 안 묻어 있는데 어떤 기수는 재만 겨우 털고 도로 넣어 놓는단 말이야. 내가 없던 천식이 생겼어요. 천식이. 쿨럭쿨럭!!”
“아 형님은 그래도 저처럼 부상을 입진 않잖아요. 전 애찬식에 쓰이고 닦는다고 들고 왔다 갔다 하다, 또 씻다가 떨어뜨려 깨져서 형제를 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아이구… 맘이 아프겠구먼.”
“야 근데 저기 저 쭈그려져 있는 애는 누구냐?”
“아 형님, 천식 걸리셔서 병원 다녀 오시는 동안에 세수식이… 없어졌답니다. 세수식에 쓰이던 세숫대야들인데요. 어디 쓸데도 없고 저렇게 구석에 쳐 박혀 졌네요. 참 짠해요. 볼 때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먼. 잘 위로해 줘라. 우리 물품실의 의리가 있는데 못 본척하면 쓰냐.”
“야 근데 저기 저 애들은 누구냐?”
“아 이번에 새로 만들어져 온 코사지들이에요. 곱죠?”
“아이고 곱고만. 고와. 역시 옷이 날개라고 우린 만날 시커먼 재나 뒤집어쓰고 은박지나 껴입는데 참 저 아낙네들은 곱네. 고와….”
“형님 침 닦으시죠. 민망스럽게…”
“어험 어험!! 야 야 넌 어디 갔다 오냐?”
“오늘 스태프 기도모임 이었잖아요. 잠깐 다녀왔어요.”
“그래 수고가 많네. 우리야 몇 달에 한 번 나가거나 일주일에 한 번 나가면 되는데 너희들은 매주 두 번씩 나가야 하니.”
“그래도 바깥 바람도 쐬고 좋아요. 이번에 북한 핵 때문에 난리에요. 그리고 새 대통령이 취임식을 했대요.”
“헉 그래??? 아니 그럼 전쟁 나는 거야? 이거 머 물품창고 맨 구석에 쳐 박혀 있으니 바깥 소식을 통 들을 수가 없어. 새 정권에선 좀 나라 살림이 펴야 할 텐데… 걱정이야.”
“그렇죠? 전 그래도 기도 모임 나가면 이런 저런 새로운 소식들 많이 들어요.”
“그렇겠네. 우린 만날 강의만 들어서 성령 충만이야. 우리가 회복된 어머니가 되어가는 것 같아.”
“하하하하 형님두.”
“야~! 양초 한마디 해~.”
“전 기운 없어요. 이번에 쓰이고 나면 폐기 될 거 같아요. 점점 짜리몽땅해져 가고 있어서.”
“첨 볼 때보다 키가 많이 줄었어. 첨엔 참 하얗고 단아한 것이 곱드니 갈수록 그을음에 눈물에 말이 아니야”
“그래도 제가 어머니들의 눈물, 콧물, 다 봤다는 거 아닙니까. 어머니들이 참 어둠속에서 많은 격동이 있으세요들.”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이 어머니들의 눈물과 회복을 위해서 힘쓰는 거 아니겠냐!”
“야~!! 사탄복장~!! 이번엔 세탁이 좀 된 거냐?”
“아 몰라요 말두 하기 싫어요. 만날 테이블보랑 러너만 빨고 우린 안 빨아줘요. 서러워 죽겠어요. 시커멓다고 빨아도 티 안 난다고 안 빨아줘요.”
“그르게. 야 넌 빨아도 티도 안 나겠다. 근데 냄새가 좀… 이 퀴퀴한 냄새의 주범 너 맞지?”
“저도 괴롭다고요~~~~.”
“근데 작은 물통 하나 없어졌다면서?”
“네 그게… 쓰고서 분명 넣어놨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땐 그 작은 애가 안 들어왔거든요. 어디서 방황하고 있는지 원…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요.”
“아 이번엔 또 어떤 편지팀이 우릴 사용해 줄까? 기대가 되는군. 쿨럭쿨럭!!! 아 이놈의 천식”
“어서 나으셔야지요. 형님 태우기 예식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럼 그럼… 어??? 사람 온다!!! 야 불 꺼~!!!”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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