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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착하고 충성된 종

작성자
유영희
작성일
13-12-13
조회수
987

착하고 충성된 종

글 | 유영희 (천안 아산 6기)

지난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습니다.
그 자리 누워 계신지 51년! 그때 21개월 아기였던 나는 쉰네 살이 되어 아버지가 마흔 한 살 생을 마감하신 시간보다 더 오래도록 살고 있습니다.
힘겹고 어려운 시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들을 통해 나를 도와주시고 어둠의 터널 죽음의 터널에 갇힐 때마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모습을 떠올리며 참고 견뎠습니다. 언젠가 천국 문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과 함께 마중 나와 주십시오.
아버지…
사진 속 모습은 키가 무척 크시더군요. 이 땅에 한 점 혈육으로 나를 두고 그 안타까운 죽음의 길을 가신 아버지…
지금은 병이라고 치지도 않는 맹장염으로 세상을 뜨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 후 시작된 저와 엄마의 광야생활!
그러나 남다른 총명함과 지혜와 명철을 주시고 좋은 성품과 좋은 습관을 주셔서 지금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가 공무원으로서 국고의 봉록을 받으며 당당하게 살아가게 해 주신 은혜를 감사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예수님을 만나고 40년! 나의 나 된 것이 온전하게 하나님의 은혜임을 감사하며 내 영혼이 육체의 만족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도록 도와주신 은혜 또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아버지 외손자와 외손녀가 아주 멋지고 예쁘답니다. 공부도 잘하고 어디에 내어 놓아도 예수님 향기가 나는 맑은 기온이 흘러넘치는 아이들… 하늘에서 보셨지요.
아비 없이 자랐다는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고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시지요.
그래서 더 일찍 철이 들었고 남들보다 부지런했고 무조건 참았고 양보했고 배려했고… 이젠 제 머리가 반 백인 나이…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살아갑니다.
언젠가 주님 나라에 이르렀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이었노라.” 칭찬 받기를 소망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허약한 내 영혼의 근육을 단련하며 멋지게 살다가 그때 뵙도록 할게요.
착하게 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엄마가 강건하게 오래 사시다가 아버지 곁으로 가도록 도와주세요.
엄마가 올해 여든 다섯. 아버지 살아계셨다면 아흔 둘 셋이네요.
아버지가 엄마와 저를 지켜 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 다음에 주의 일에 힘쓰고 세상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하다 아버지께 갈 때에 반갑게
만나 뵙고 부끄럽지 않게 살다 왔노라 자랑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하늘에서 엄마와 저, 제 남편 자식들을
지켜봐 주세요.천국에서 편히 쉬고 계세요.
그때 온 가족이 만난 날!
기쁜 마음으로 만나 뵐게요.

딸 영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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