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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순둥이 울 엄마!!

작성자
오주현
작성일
13-12-13
조회수
984

순둥이 울 엄마!!

글 | 오주현 (치앙마이 1기)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에게 이런 편지를 써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이번에 치앙마이에서 어머니학교에 참여하게 되어 엄마께 보내는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난 참 엄마에게 이기적인 딸이었던 것 같아. 한창 클 때 엄마가 젤 만만하다고 매번 대들고 툴툴 대기만 했지요. 그러는 동안 난 엄마가 그리 마음에 상처를 입을 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나만 생각하는 못된 딸이었어.
그런 것들이 쌓이고 또 나와 아빠가 상처를 줄 때마다 쌓인 모든 것들이 엄마 몸속에 나쁜 암 덩어리를 만들게 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엄마가 병마와 싸울 때도 엄마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임신해서 힘들다는 핑계로 병원에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가 엄만 얼마나 미웠을까? 그래도 엄만 내게 속마음을 잘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아.
어차피 들어주지도 받아주지도 않을게 뻔 한 매정한 딸이어서 그랬을까?
그저 부모 복 없는 사람은 남편 복도, 자식 복도 없다고 한숨 섞인 넋두리 하는 엄마가 외로울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어.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나네. 언니랑 내가 대전에서 오랜 만에 왔다고 고깃집에 가자고 하던 아빠가 엄마에게 “가게나 지켜.”라고 했을 때 난 당연하다 생각하고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엄마 마음엔 또 얼마나 큰 상처가 새겨졌을까? 또 몇 년 동안 갈등을 겪으며 이혼을 결심했을 때 다른 가족들처럼 반대하지 않고 “엄마 인생은 엄마 거니까.”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작은 딸을 보며 얼마나 서운 했을까?
엄마! 그동안 엄마가 힘들어 할 때 마다 또 지금 이 순간도 엄마 곁에서 편들어 주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난 모든 부모는 주기만 하는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에야 자식이 하는 지나가는 무심한 소리에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 엄마 정말 정말 미안해. 그리고 때 묻지 않게 잘 키워줘서 고마워!!
항상 고집불통 딸에게 속만 썩이는 딸에게, 자주 아파서 돈도 많이 쓰게 했던 딸에게, 또 찬밥 싫어하는 둘째 딸에게 항상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해서 꼭 가져다주던 엄마를 가져서 행복했었어.
또 학교에서 어머니회 있을 때 마다 예쁜 옷 입고 멋있게 학교에 오는 엄마가 자랑스러웠어. 학교에서 성적 못 받아와도 혼내지 않아 고마웠어.
근검절약하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쁘고 날씬하게 낳아줘서 고마워.
힘들게 번 돈으로 지금도 한턱 쏘는 쿨한 엄마라서 멋있어.
엄마! 이젠 이 작은 딸에게 기대도 돼. 예전처럼 툴툴대지 않을게. 말 잘 들을게. 엄마도 이젠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힘들면 언니나 내게 얘기해 줘요.
나를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 목소리는 크지만 순둥이 울 엄마! 사랑하고 미안해. 엄마를 위해 기도할게.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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