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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투덜이의 마음 열기

작성자
박미화
작성일
13-12-13
조회수
1,044

투덜이의 마음 열기

글 | 박미화 (치앙마이 1기)

아는 사모님들과 남편의 권유로 ‘남들 다 하는데 하긴 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어머니학교.
드디어 하기 싫고 귀찮은 화요일, 둘째 아들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9시가 넘은 시간에 강의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마음이었다.
마음속으로 계속 ‘내가 이걸 왜 하러가지? 귀찮아 죽겠네, 그래 한번쯤 듣는 것도 우리 아들들한테 안 듣는 것 보다야 도움이 되겠지.’라고 나를 위로하고 강의실로 들어갔더니 내가 7조란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 얼핏 보기에도 별로인 조, 마음속으로 ‘4일이 언제 지나가나! 내일은 오지 말까?, 찬양은 왜 이렇게 길고… 강의는 또 왜 이렇게 길어?’ 이 시간 끝나고 방콕에서 오신 사모님들 만날 생각들 등 등… 억지로 참석하고 숙제 받아 돌아오는 길은 숙제와 내일 또 가야 한다는 귀찮음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날 저녁 새벽 2시에 둘째가 먹은 음식을 다 토해서 잠을 설쳐서 몸이 피곤해 더욱더 가기 싫었지만 수강료를 냈으니 ‘돈이 아까워서 간다.’라는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뀐 자리를 보는 순간 짜증이 목까지 올라왔다.
숙제 해 왔냐는 향기님 말에 퉁명스럽게 “아니요, 하기 싫어서요.”하고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사실은 이틀 동안 걸쳐 쓴 아빠한테 쓴 편지를 책갈피에 끼워두었다.
조원들과도 대충 상식적인 말만하고 듣는 오전 강의에 여전히 난 마음속으로 ‘언제 시간이 가나? 오늘 지나면 이틀 남았지.’하면서 온통 다른 생각을 했다. 오전 강의를 끝내고 점심을 먹고 오후 강의에 참석하는데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프다고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침에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는데…’
급한 마음에 향기님께 말씀드리고 숙제를 받아 아이 유치원으로 가면서 ‘하나님 저 어머니학교 하잖아요. 그럼 애는 지켜주셔야죠. 다른 날도 아니고… 이번 주에는 어머니학교도 있는데 남들 다 교육 받는데 나만 못 받잖아요.’ 그런데 순간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말 ‘네가 어머니학교에 참여하고 있기는 했니?’ 아차하며 머리를 스치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향기님께도 조원들에게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허둥지둥 둘째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다. ‘지금이라도 둘째 데리고 갈까? 어떤 강의일까? 다들 좋은 시간 보내고 있겠지?’ 왠지 모를 소외감과 허전함, 후회가 내 머리를 스치며 ‘내일은 꼭 가고 싶은데….’라는 욕심을 가지고 둘째아이에게 “괜찮니? 아파?”하며 물었다.
잠잘 때도 배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까지 해주며 “하나님 내일은 꼭 가고 싶어요. 아이 좀 고쳐주세요?”
‘진작에 이랬으면….’

이틀이 어찌나 아까운지 삼일 째 되는 날 새벽예배 시간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알 수 없는 눈물을 펑펑 쏟고 나른 날보다 기도를 일찍 끝내고 집에 돌아와 어제 숙제인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오는지… 그렇게 시작된 삼일 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강의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기대와 행복에 가득 차 있었다.
‘오늘따라 향기님이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둘째는 괜찮아요?”물어 보시며 진정으로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심이 느껴짐에 또 한 번 따뜻한 사랑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 사랑스러운 7조 가족들 오늘따라 어찌 이리 예쁜지…’ 이들과 함께 같은 조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마음 문이 꼭꼭 닫힌 나를 보고 마음에 품고 아파하시며 계속 중보하고 계셨다는 우리 향기님.
‘이제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가고 있어요. 향기님.’
아쉬운 삼일 째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는 사역지에서 지금 돌아오고 있단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튀어 나온 말 “몇시쯤 오세요?”(속으로 왜 존댓말이 나오는 겨.)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나 왜 이래…)
“당신이 해주면 아무거나 다 맛있어.”라는 남편.
“이따 봐요.”
전화를 끊고 나 혼자 있는데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부끄러워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참 좋긴 하네.
어머니학교는 마법이다.
닫혀있던 내 마음을 활짝 열어 하나님 사랑으로 가득 채워 남편을 보고 자녀를 보게 한다.
이제 나는 현숙하고 지혜로운 아내,
사랑스러운 며느리,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엄마가 되어 보려고 한다.
‘나’라는 부족한 사람을 품고 가슴 아파하며 기도해 주신 우리 향기님!
죄송합니다.
부족한 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우리 7조에 향기님으로 와 주셔서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7조 가족들 나와 같은 조가 되어주셔서 사랑으로 품어 주시고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들, 말재주 없는 제 말을 늘 부드러운 얼굴과 웃음으로 들어 주시고 함께 울고 웃어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둘째 아이를 통해서까지 저를 온전히 바꾸시길 원하셨던 주님, 당신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오늘도 다시 한 번 더 당신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며 나를 위해 이 땅 치앙마이에 어머니학교를 열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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