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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있는 나를 찾아

작성자
이현진
작성일
12-12-07
조회수
891

어딘가에 있는 나를 찾아

글 이현진(열린 어머니학교 팀장)

열린 어머니학교를 시작한지도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누군가 “열린 어머니학교가 몇 년 됐어요.”라고 물으면 “언제 부터지?” 금방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어머니학교에 처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나에게 어머니학교는 엄청난 은혜였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힘들게 했던 나의 아버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속에 있는 아버지로 인해 받은 아픔과 상처….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첫 날 숙제인 ‘아버지께 편지쓰기’를 아버지를 용서하기 싫어 숙제를 할 수도 없었고, 나눔 시간에 향기님이 “아버지에 대해 나눠 주세요.”란 말에 “묻지 마세요. 말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단호히 거절해 버렸습니다.
속으론 ‘별걸 다 묻고 그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걸 말하라고?… 천국도 같이 가기 싫었는데… 어떻게 그걸 말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은 너무 아파 먹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내 아픔을 묻어 둔 체 어머니학교를 일 년이 넘게 섬기고서야 조심스레 아버지에 대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때 하나님은 나에게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힘들었던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매들…, 우리 엄마처럼 아프고 힘들게 살아왔던 자매들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래 나 같은 딸,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있다면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어머니학교를 섬기기 시작 했습니다
아픈 사연과 나눔을 들으며 울었다 웃었다 그리고 회복되어지는 자매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믿지 않는 자매들을 위해 어머니학교를 시작하자는 의견들을 모아 열린 어머니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학교를 통해 주시는 동일한 은혜가 그곳에도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방학을 이용해 지역의 요청으로 싱글맘을 위한 ‘클릭 러브터치’라는 프로그램도 했습니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들…
자녀와 시간이 없어 밥 한 끼를 같이 먹지 못 했다고 마음 아파 우는 자매…
2-3개의 일을 하며 가장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엄마…
버림받은 아픔을 생각할 사이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자식 위해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엄마…
사별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아 틈만 나면 울고 있는 가녀린 엄마…
그런 엄마들과 ‘아버지, 아빠’란 말을 자신 있게 부르지 못하고 편지 한 장 쓰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는 아이들… 이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엄마와 자녀들의 모습 속에 과거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들키지 않으려고 돌아서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순간순간 애쓰는 스태프들의 정성이 너무나 감동적이였습니다.
아침이면 멋지게 식탁을 차려 대접을 해 드렸을 때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친정 엄마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씀 드리고 “엄마 물김치 좀 담가 줘요. 아침에 지원자들 식사 대접하게요. 물김치가 있으면 시원할 것 같아.” 그랬더니 우리 엄마 “그래 힘든 사람 마음은 힘들어 본 사람이 잘 안다. 가서 잘 하고 와라.”라며 물김치를 한통 가득 담가 주셨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 프로그램이 마칠 때까지 그곳에 온 지원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어머니학교는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취업을 한 아들과 음대 3학년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수없이 반복하며 상처를 주었던 실수투성이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마를 이해해주고 잘 자라 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스런 아내, 부드럽고 따뜻한 아내이기 보단 공격적이고 예민한 아내, 까칠한 아내를 이해해주고 격려해준 남편에게 더 없이 고맙기만 합니다.
어머니학교 수료하고 “내 인생에 제일 잘한 일은 당신과 결혼한 거야!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 할거야.”라는 말에 행복해 하는 남편.
속으로 ‘나랑 정말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을까? 아닐 거야. 나라면 아닐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매번 “그럼.” 이라고 답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감사하며 힘을 내서 다시 일어서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올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어느새 9월이 다가왔습니다.
쉴 새 없이 달려 온 것 같습니다. 가끔씩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어딘가에 나와 같은 딸,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있을 거란 생각에 달려가고 또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어머니학교를 통해 주시는 주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고 회복되어지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주님 제가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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