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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들을 군대로 떠나보내고

작성자
최윤주
작성일
12-12-07
조회수
1,038

큰 아들을 군대로 떠나보내고

글 최윤주(본부 63기)

2012년 3월 초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편지가 있어 꺼내보니 병무청에서 온 큰 아들의 군 입대 영장이었다. 군 영장을 보면서도 그냥 무덤덤하였다.

시간이 흘러 2012년 4월 3일 드디어 아들이 입대하는 날 아침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아들이 입대하는 군대를 향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그 때만 해도 군 입대를 위해 길을 떠나는 일을 그저 여행처럼 가볍게 생각하며 가고 있었다. 군 연병장에 차를 세우고 강당으로 향하는데 뭔지 조금씩 마음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게 있었다.
강당에는 우리 아들과 같은 청년들이 170여명 모여서 사단장님의 인사와 중대장님의 군 소개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아들과 헤어지는 시간을 주는데 이때부터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멈추려고 애를 썼지만 마음대로 되지를 않고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지만 알 수 있었다. ‘독생자를 이 험한 세상으로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고심과 눈물을 흘렸을까?’하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함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소포가 왔다
소포를 열어보니 아들이 입고 갔던 옷가지와 신발과 함께 편지가 있었다. 정신없이 편지를 집어 들었지만 흐르는 눈물로 편지를 읽을 수가 없었다. 눈물을 훔치며 마치 보물이나 되듯이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틈나면 또 읽고, 옷을 부둥켜 안고 목젖이 뻐근해지도록 울기도 하였다. 그날 이후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아들의 군대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켜놓고 아들 사진을 보며 며칠 동안 아들 사랑앓이를 했다. 그래도 사진이라도 보니 마음이 좀 나아진 듯 했다.

2주가 지날 때 쯤 아들에게서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는 기운이 없었다. 그 소리에 또다시 나의 눈에선 자동으로 눈물이 흘러 내렸지만 아들에게는 이곳은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라고 힘 있게 이야기를 하고는 전화기를 끊었다.

아들에게 두 번째 편지가 왔다
필요한 것이 있으니 보내달라고 해서 이것 저것 챙겨서 우체국에서 소포를 보내려고 줄을 섰다. 소포 속에 묻어서 아들한테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또 다시 북받쳐 오르는 그리움으로 나의 눈물샘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지고 만다.

아들이 군에 간지 5주가 지나면 면회를 할 수 있다
아들 만날 생각에 소풍가기 전날 밤의 어린애와 같이 설레고 잠이 오지 않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 음식을 준비하면서 콧노래를 절로 부르고 있는 나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온다.
이튿날 아들을 만나러 아침 일찍 출발하여 군대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아들 사진과 편지가 담긴 봉투를 건네받았다. 편지를 읽으며 주책없는 나의 눈에선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나온다. 잠시 후 아들을 보는 순간 좀 전의 눈물은 사라지고 기쁨이 충만하여 정말 행복한 5시간을 보낸 후 다시 아들을 군에 데려다 줬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내 마음 저 밑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 올라온다. 다시 훈련을 받으러 경산으로 옮기고 5주 후에 볼 수 있다는 소리에 다시 울컥해지고 말았다.

또 다시 5주 후
아들을 만나기 위한 두 번째 외출이 시작됐다. 남편과 작은 아들 그리고 나는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 도착하여 아들을 만나보니 이제는 제법 군인의 모습이 보였다.

요즘은
자대에 배치 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기쁨이다. 자대 배치하고 6주 후 아들과 1박 2일을 지낼 수 있는 꿈같은 시간이 왔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아들 옆에서 함께 자니 마치 꿈꾸는 것 같았다. 아들을 생각하는 나의 애틋한 마음, ‘하나님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 아들을 군대로 떠나보냄은 아들바보가 되어 날마다 사랑노래를 부르는 떨림이다.

사랑하는 독생자까지 아낌없이 주시는 하나님!
이렇게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또 다시 알아차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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