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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으로부터의 떠남 생명의 식탁

작성자
최조순
작성일
12-12-07
조회수
998

습관으로부터의 떠남 생명의 식탁

글 최조순(중부 2기)

나는 ‘떠난다’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떠난다’는 것은 포기를 의미하는 것 같았고 포기는 실패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커리어를 얻었고 그에 따른 부와 명예도 따랐다. 모두들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칭찬해줬고 더 칭찬받기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아이들도 열심히 키웠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병력 같은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내가 원하지 않은 떠남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일궈온 삶의 터전, 부와 명예, 나의 아이들, 내 가정 등 이 땅에서 누렸던 모든 것에서부터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둘러쌓다.
예전에도 나는 교회 사역에서도 열심이었다. 성가대도 하고 교회학교 교사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누워있으니 더 열심히 했어야 할 것을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를 위해 매일 밤 모여 기도해준 많은 성도님들과 가족들의 기도 덕분에 3기 말이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사람은 너무나 연약하고 간사하다. 내가 살아난 것은 어떤 것도 아닌 많은 분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 때문이라고 내 입술로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회복되자 가계에 보탬이 될 만한 일들을 다시 찾아 나섰다.
물론 그 전보단 삶의 많은 부분을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과 어머니학교, 남편과 함께 아버지학교에서 스태프로 섬겼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부족함을 느끼셨나보다. 우연히 제주도에서 암 환우들을 음식으로 섬기는 전도사님을 만났고 그 사역을 배우고 동참하게 하셨다. 내가 계획하고 다짐하지 않았는데도 파도에 휩쓸리듯 그 자리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암을 삶의 자리에 맞이하고 떠난 것은 세상의 부와 명예였다면 생명식탁을 만나고 떠난 것은 음식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쉽게 접했던 음식들 속에 내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던 모습들을 발견했다. 맛깔스러운 음식을 위해 맵고 짜게 조리된 요리들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남편과 딸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던 주범이라는 것이 미안했다. 특별한 날이 되면 야식으로 치킨과 족발을 쉽게 먹었고 가족들 생일에는 외식하는 것이 아이들과 우리 부부의 기쁨이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맛집이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모든 식당이 그렇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화학조미료를 많이 넣었고 직접한 음식보단 덜 싱싱한 것으로 조리되는 걸 알면서도 나의 편의를 위해 선택했었다.
그런데 생명식탁은 암 환우들을 위한 식탁이긴 했지만 한정식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맛있다. 아침에는 삶은 단호박, 고구마, 감자 한 개와 삶은 달걀 한 알, 현미쑥떡,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 양배추 된장무침과 비트, 알로에, 파프리카, 사과 등등 16가지의 음식을 조금씩 먹었다.
점심에는 잡곡밥, 채소쌈, 나물1~2가지, 전유어, 샐러드 등으로 기존의 음식보다 간을 심심하게 조리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거의 먹지 않듯이 죽이나 보리빵 한 개 정도로 간단히 먹는다. 이 식단을 처음 대접받는 사람들은 간이 되지 않은 채소와 음식을 먹는 것을 괴로워한다. 우리 딸들도 삶은 달걀을 소금 없이 먹는 것을 괴로워 했지만 이내 익숙해지면서 재료들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 생명식탁 세미나를 하게 되면 주부들은 먹는 건 할 수 있겠지만 이 많은 음식들을 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그러나 나의 노력이, 가족을 살리고 내 곁에서 아파하는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깨닫는 순간 과정 과정마다 힘주시는 하나님을 느꼈다.
간호학과를 나오고 수술방 간호사로 일했었지만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오고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내 인생의 흐름을 어떻게 연결시키실까 궁금했다. 하나님의 계획 안에는 어떠한 것도 허투루 쓰신 일이 없는데 ‘나를 어떻게 사용하실까?’ 기대하고 있었다.
암을 통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시고 나의 간호학의 지식을 통해 아픈 사람을 돌 볼 수 있는 지혜를 주신 것이다. 내가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지으신 그대로 삶의 목적으로 회복시키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낀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창1:29)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말라 내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2:16-17)”
창조 목적에 맞는 삶을 살며 먹지 말라 명하신 선악과로부터의 떠남으로 하나님의 구원계획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결국은 원래의 자리에 있게 하시는 주님. 때로는 내가 원하고 계획한대로 되지 않아 원망도 했지만 하나님 뜻대로 나를 사용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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