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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이별 반쪽짜리 만남

작성자
최아이
작성일
12-12-07
조회수
999

반쪽짜리 이별 반쪽짜리 만남

글 최아이(전주 2기 이미순 딸)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3:24)”
결혼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씀이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러나 유교적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말만 ‘남자가 부모를 떠나라’고 하지 실상 모든 삶의 중심이 남자 부모님 중심으로 남자 가족을 위한 삶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네 명절날이나 제사 등 가족행사가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결혼과 동시에 ‘시월드’ 입성이다. 그래서인지 여자란 이유로 늘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면서 없어도 될 화병으로 고생 하는 게 한국 여자의 일생이다.
어려서부터 봐온 여자의 일생은 나에게 행복보단 고통이고 아파도 참아야하는 불행한 삶이었다. 그것은 비단 어머니의 삶만 그러하지 않았다. 할머니들, 이모들, 고모들, 주변의 모든 여자의 모델들이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난 결혼에 대해 꽤나 부정적이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십대에도 늘 불신이 가득했고 신학교에 다니면서 상담학을 공부하면서도 이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이성에 대한 불신의 깊이만큼 행복한 결혼에 대한 소망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 20대였다. 그렇게 오랜 기도의 응답은 서른 살이 되는 해에 이루어졌다.
물질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부모를 떠나왔지만 난 아직도 마음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브라함처럼 익숙한 고향집을 떠나 멀리 이사왔고, 이삭처럼 어머니대신 배우자를 만났다. 떠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새로운 만남이었다. 떠났기에 남편을 만날 수 있었고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3살짜리 아들처럼 늘 엄마한테 징징대고 있다. 그래서 떠났지만 떠나지 못한 채 언젠가는 완전히 떠나야 할 준비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완전히 떠남은 과연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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