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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에 피어난 꽃 청주여자교도소

작성자
고정민
작성일
12-05-21
조회수
997

담장 안에 피어난 꽃
청주여자교도소

글 | 고정민(청주 14기)

주님이 사랑하라고 명하신 대상이 이번엔 교도소 수감 중인 10대 후반 여자 아이들이다.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사항, 기도 제목 외에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없다. 무엇 때문에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얼마동안 그곳에서 생활해 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금해 하지도 물어봐서도 안 되는 일반 어머니학교와는 특수한 상황이라 주의사항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더 기도하게 했다. 밤새 뒤척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첫 날을 맞았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환영하며 맞이하는 스태프들과의 눈 마주침을 어색해하며 지원자들은 자리에 앉는다.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손을 뻗어 축복 할 때도 익숙지 않은 모습에 머쓱한지 친구들만 바라보며 그들만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첫 프로그램으로 조 이름을 정하고 구호를 정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 하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가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눈 마주침이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오후 강의 전 율동시간. “주의 자비가 내려와 내려와~~” 몸을 움직이면서도 속으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 제발 주의 자비가 저 아이들에게 덮여지기를 원하옵니다.” 순간순간 그렇게 간절히 깨어 기도해본 적도 아마 드물 것 같다. 첫 날을 마친 저녁, 전날의 수면 부족과 긴장감이 풀리면서 눈이 따갑고 누우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잠들 것 같았지만, 밤새 또 잠을 설쳤다.
두 번째 만남, 첫날보다는 한결 여유 있고 서로 친해졌지만 몇몇 지원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에 우리를 쉽게 끼워주고 싶지 않은 듯 틈만 나면 다른 조 친구에게 쪽지를 돌리는 아이들, 야구선수들의 싸인처럼 그들만의 수신호로 멀리 있는 조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마디라도 이들 마음속에 평생 살아 숨 쉴 수 있는 생명의 언어가 전달되어 지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율동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범벅이 되도록 뛰면서 마음껏 웃는 지원자들을 보았다. 모든 근심은 다 날려 보낼 것 같은 그런 웃음을 보았다. 누군가를 살해하고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 그런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 쌓여진 분노와 상처들이 웃음과 땀으로 다 씻겨 내려가기를 기도했다. 율동으로 몸의 긴장이 풀어진 지원자들은 허깅을 배운 뒤라 그런지 더 여유 있고 환해졌다.
그 밝고 예쁜 웃음을 가진 아이들이 범죄하고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지원자들 대부분은 건강한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따뜻한 엄마의 품을 모른 채 버림받은 아이들, 매 맞고 구박받고 자란 아이들, 학교에서의 상처, 가정불화로 늘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부모란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오로지 친구였다. 그러나 그 친구 또한 상처들로 얼룩진… 그래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친구를 위해서는 기꺼이 나쁜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들은 서로에게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 마음속에 있는 분노가 죄를 범하게 만들고, 결국은 세상과 분리된 체 담장 안에 갇혀야 했던 것 같다. 3일간 그들에게 건강한 엄마를 경험해주고 싶었고, 엄마에 대해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하루 종일 손을 만지작거리고, 엄마의 품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틈만 나면 안아주고, 엄마의 따뜻함을 주고 싶어서 사랑한다고, 예쁘다고 수없이 고백해 주었다.
이틀째 일정이 끝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스태프들과 지원자를 중보하며 세족식을 준비하는 중보자들과 통화하며 진행사항을 이야기 하고, 기도요청을 했다. 오후 ‘사랑의 언어’ 강의를 위해 강단에 올라가신 이용수 강사님. 강의에 앞서 “하나님이 저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엄마를 대신해서 제가 대신 사과하고 싶어. 얘들아 미안해. 미안해. 잘못 키워서 미안해. 엄마도 성숙하지 못했고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서 너를 사랑할 줄 몰랐어. 너무 힘들어서 너에게 실수한 거야 잘못 했어. 미안해. 엄마가 잘못 했어. 용서해줘.” 그리곤 무릎을 꿇으셨다. 순간 숙연한 침묵사이로 지원자 아이들 마음이 녹아지는 듯 눈물을 훔쳤다.
마지막 순서인 세족식, 미리부터 기도해왔던 중보자 엄마들이 아이들 앞에 일대일로 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주님! 친히 이 아이들의 발을 닦아 주옵소서.” 무릎을 꿇고 발을 닦으며 울고, 부둥켜 안은 채 목이 터져라 서로 울었다. 엄마를 대신해 그 아이에게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축복하며 안아줄 때 그 아이들의 입술에서 서슴없이 엄마란 말이 나왔다. 평생 엄마를 처음 불러보는 아이도 있었다. 각자 저마다 또 다른 한명의 딸을 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머니학교 수료식이 끝나고 나면 거룩한 부담감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주님께 동역자가 되어드린 뿌듯함으로 홀가분함과 개운함이 있는데, 교도소를 섬긴 이후 왠지 모르게 늦가을 바람이 지나간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가슴이 ‘휑~’ 하다. 자식을 떼놓은 어미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 줄 수 없는 미안함으로, 안타까움으로 스스로 그들의 어미이고 싶어진다. 온 마음을 다해 어미의 마음으로 오늘도 기도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성령 하나님은 오늘도 바쁘게 일하실 것을 믿고 그 아이들의 회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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