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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신모계사회의 가정사역 나로학교

작성자
양정란
작성일
11-12-16
조회수
1,399

신모계사회의 가정사역
나로학교

글 양정란(북부 5기)

부계사회인 우리사회는 ‘사위는 백년손이요, 며느리는 종신 식구’로 여겼다. 그러나 ‘신모계사회’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처가살이 증가·시집살이 감소가 최근뉴스로 등장한다. 또한 고부갈등이 장모-사위 갈등으로 변화되고 있음도 회자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탄생한 나오미 로이스 학교(이하 나로학교). 그 학교가 서울 강북의 평강교회에서 개설되었다. 첫 날, 첫 만남이 낯설어 굳은 표정의 꽃님들(지원자를 꽃님이라고 한다)은 7080세대 찬양을 통해 이내 표정이 풀어지고 눈시울도 붉어진다. 버거웠던 삶의 무게가 찬양만으로도 위로 받는 듯 했다.
진행자는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란 말로 축복하며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한다. 향기와 함께 조 이름, 조 구호를 짓고 발표하는데 어쩜 저렇게도 잘 지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나로학교 꽃이 피었습니다.’로 싹을 틔우는 씨앗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삶이 베개속이 되는 매화는 ‘뼈 속까지 자녀를 사랑하는 모성’으로 피어났다. 그 날은 “널 사랑해!”란 표현에 머쓱한 5,60대 꽃님들이 가슴 밑바닥 숨겨둔 사랑의 언어를 봇물처럼 쏟아낸 날이다.
드디어 강의 시작이다. ‘언약’이란 주제 강의를 통해 나의 겉사람과 속사람, 나와 가족, 나와 하나님의 동행을 살펴보았다. 또한 가정의 주관계인 부부가 하나 되기 위해 부모세대는 떠나 보냄을, 자녀세대는 떠남이 필요하다는 것과 떠남의 영역을 배웠다.
간단한 점심 후 특별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꽃님들은 찬양팀의 ‘푸른 하늘 은하수’를 따라 부르고 손동작을 따라하면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나로의 꽃님들도 한때 누군가의 딸이었고, 푸른 하늘 아래서 손 유희를 즐기던 나이 어린 소녀였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깔깔대고 웃던 그 모습들을 떠올리며 행복했다.
한 주가 흘러 2번째 만남이다. 그 시절 많이 불렀던 ‘우물가의 여인처럼’을 따라 부르면서 숱한 나날동안 구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헛된 것 이었나? 하나님 마음에 합한 것 이었나?’ 2번째 만남의 주제는 ‘은혜’이다.
기독교적 삶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은혜의 뜻은 ‘고맙게 베풀어주는 혜택’이다. 은혜의 전제조건인 용서와 의미가 어우러진 스토리텔링은 눈높이 사랑이었다. 아픔이 담긴 강사의 진솔한 나눔은 한 알의 썩어진 밀알이 되어 꽃님들을 울고, 웃게 한다. 믿지 않는 며느리, 내 눈에 안차는 며느리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한 발 더 나아가 동역의 관계로 선포한 강사의 삶은 어느새 꽃님들의 두 눈에 눈물로 흘러내리며 가슴에 내려앉는다.
그 날 오후, 꽃님들은 하얀 면사포와 부케를 든 예쁜 신부가 되어 사뿐 사뿐 꽃길을 밟고 들어온다. 젊은 날 면사포 쓴 신부 옆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으나, 이 날 나로의 예식장에선 영원한 신랑이신 예수그리스도가 서 있었다.

면사포를 쓰고 흘리는 꽃님들의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기도보다는 염려를 묵상하며 보낸 시간을 찬양으로 회개하며 시작한 3주차에서는 숨은 능력을 깨우는 ‘대화기법’을 배웠다. 관계지수가 주목받는 현대에서 대화는 중요하다. 지난 만남의 주제가 ‘행하는 사랑-용서’라면, 오늘은 ‘표현하는 사랑-대화’이다.
“도대체 넌~”하며 던진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눌리고 살았던 꽃님들에게 진정한 권위의 원천이 하나님임을 전해주었다.
특히 고부간 힘겨루기의 희생자가 내 아들일 수 있다는 강의에 꽃님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기도 하였다. 하나님이 부여한 리더십은 무조건 누름이 아닌 흘러 보냄이다. 며느리를 존중하기 위한 다양한 대화 사례를 들려주니 꽃님들은 웃고 공감하였다. 오후에는 성격강의를 통해 며느리를, 사위를 이해하는 방법을 접목시켰다. 일정을 마친 후 익숙한 노래와 손뼉소리가 나서 보니 귀가하던 꽃님들 중 몇몇은 1층 테이블에서 지인을 기다리며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르며 손유희를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나이가 들면 시간도 가속도로 달린다더니 벌써 마지막 날. 네 번째 만남의 토요일이다. 이 날은 가족 초청과 세족식, 유서발표, 내가 아닌 네가(가족) 가장 좋아하는 음식접대가 있다.
김치 담가 주는 시모가 고마웠던 예전 세대, 김치 안 담가 주는 시모가 더 좋은 지금 세대의 정서가 담긴 강의를 통해 사고의 틀이 깨어지고, 생각의 반전이 일어난다. 세상에서는 예쁘고 사랑스런 며느리를 “얘는 미운 情 고운 情 다 든 내 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로학교에서는 “미운 情은 들지 말고 고운 情만 들자!”, “며느리는 법적인 딸이 아닌 사랑의 딸”로 부른다. 결혼한 아들의 집을 “아들집”이 아닌 “며느리집”이란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던 꽃님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웃으면서 자의든, 타의든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을 수용하였다. 또한 지혜로운 시모상을 성경적으로 풀어주는데 정말 놀랍다.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자녀가 아닌 남편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은 아들이 아닌 며느리라고 하였다. 노인의 면류관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니 모두가 공감했다.
4강 주제인 ‘친밀감’의 전제 조건과 방해 요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과 나로학교의 환류도를 총체적으로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4번째 강의는 열강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수료를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은 갑자기 어머니, 장모님의 세족의 손길에 당황하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 씻겨주던 잊혀진 손길이 딸, 며느리, 사위, 아들의 발 위에 얹힐 때 그간의 아픔과 섭섭함 등이 씻겨 내려갔다. ‘사랑의 주님이’란 찬양처럼 그간의 앙금이 무너지며 주체할 수 없도록 흘러내리는 눈물. 그날 바깥은 태풍을 싣고 온 장맛비가 대지를 덮었으나, 나로 현장에는 용서와 화해, 회복의 눈물로 뒤덮였다. 어머니의 가슴에 내린 눈물은 어느새 자녀와 며느리, 사위의 마음에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 눈물은 또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한 사랑이다. 뒤이어 자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한 만찬은 어린 시절 운동회 날 점심처럼 2·3세대가 하나 됨이었다. 수료식에서 결신한 예비신자가 권사로 호명되어 장내에 웃음보가 터졌다. 그러나 재치 있는 사위는 “저희 장모님 권사 임직 때는 여기 계신 조원 분들 모두 모두 초대하겠습니다.” 하며 실수를 은혜의 선포로 바꾸었다.
그렇게 3주간 4번의 만남으로 막을 내린 북부 1기 나로학교는 지금 각 가정의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아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으로.
자녀가 있는 우리도 때가 되면 누군가의 시모로, 장모로 또 다른 이름이 새겨진다.
성경 속 시모 나오미의 신앙이 내 신앙이 되어 며느리에게 흘러가고, 외조모 로이스의 신앙이 사위와 손자에게 흘러가 신앙의 명문 가문이 우리의 이야기이길 기대한다.

* 나오미로이스학교는 시어머니, 장모들을 위한 학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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