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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아버지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

작성자
박경숙
작성일
11-12-16
조회수
566

아버지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

글 박경숙(포항 6기)

아버지~
천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희는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예수님 만나게 해 주셔서 지금까지 소영이와 정애 언니 외에는 신앙생활 잘 하고 있답니다. 둘이는 제가 전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와 야산에 올라 개구리 잡던 일. 수영장 가서 등에 우리를 태우고 수영하셨던 것. 동촌 유원지에서 놀이기구 타고, 아버지는 높이 멋지게 그네 타시던 것, 외삼촌 오셔서 함께 오븐에 식빵 구워 주셨던 것, 담장에 노란 개나리 심으시고 오밀조밀 작은 정원 예쁘게 가꾸셔서 지금도 눈 감으면 신암동 그 집이 생각나고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더 어릴 때는 아버지 실직하시고 집안 형편이 안 좋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마냥 행복했었습니다.
아버지는 교편을 잡으셨기에 주로 지시하고 명령하고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면서 오빠를 야단치셔서 옆에서 보면서 무척 엄하셨다는 기억이 많아요. 위로 언니 셋은 대학 보내지 못하고 상업고등학교까지 공부 시킨 것 마음 아파하시다가 제가 대학교에 합격 했을 때 참으로 기뻐하셨지요. 등록금 미리 준비해 두셨다가 주셨는데 저는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등록금 받을 때 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기대하셨던 것만큼 좋은 대학이 아니었기에 그랬을까요?
아버지는 제게 거는 기대가 크셨지만 저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렸지요.
그 즈음에 아버지는 간경병으로 복수가 차서 힘들어하셨는데 철없는 저는 남편과의 문제로 속만 썩혀드리고… 병환이 저 때문에 더 악화된 것 같고 결국 돌아 가신게 아닌가 싶어 지금도 생각하면 제가 너무 밉습니다.
나중에 엄마에게 아버지가 바람 피셔서 엄마와 강변에서 크게 다투신 일에 관해 들었지만 저는 5학년 때 처음으로 (그 전에는 학교에서 “부모님 한 번도 싸우지 않는 사람?”하면 늘 번쩍 손 들었었지요.) 엄마와 크게 다투셔서 놀라서 울었던 기억밖에 없고 매 맞은 적도 없고 술 때문에 우리를 힘들게 하신 적도 없어 아버지에 대한 저의 기억은 좋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으시고 먼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으셨던 아버지.
엄마에게는 좋은 남편은 못 되신 것 같아도 저에게는 참으로 좋은 아버지셨습니다.
대학교 때 친구와 아버지 사무실 찾아 갔을 때 일식집에 데려가 새우덮밥 사주셨잖아요.
그 때 걸어가며 살며시 아버지 손을 잡았는데 따뜻하게 꼭 쥐어 주셨던 것 지금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엄하신 줄 알았는데 속정이 많은 분이셨다는 것을 좀 더 일찍 알고 진학, 친구, 결혼 등 인생의 모든 문제를 의논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엄마와 모여 앉아 재잘거리다가 아버지 퇴근해 오시면 뿔뿔이 흩어져 방으로 들어가 버릴 때 아버진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죄송해요 아버지.
지금 아버지가 제 곁에 계신다면 꼭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보고픈 아버지 사랑합니다.
딸 경숙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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