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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아들 바보

작성자
조명숙
작성일
11-12-16
조회수
909

아들 바보

글 조명숙(분당 1기)

자꾸만 불러보고 싶은 행복덩어리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꽃보다 더 예쁜 두 딸을 키우며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어느 겨울 날!
농담처럼 “아들 낳아주면 교회 다니겠다.”던 아빠의 소원이 이뤄지던 바로 그 날!
너는 그렇게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되어 우리 집에 태어났단다. 늦둥이로 태어나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줘서 어릴 때부터 행복덩어리라고 불렸었지. 그러나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있어 엄마에게 큰 병이 찾아 왔지. 그 때 너는 오히려 나에게 젊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밤마다 팔베개를 해주고, 내가 잠들기를 기다렸어 그 때 엄마는 네 팔이 아플까봐 살짝 대고 눈을 얼른 감고 자는 체 했지. 너는 우리 엄마가 젊은 에너지를 받아서 수술 잘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엄마는 이런 아들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기도하곤 했어.
죽음의 문턱에서 엄마는 8살 난 어린 아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너에게 날마다 성경을 읽게 하고 큐티 안 하면 밥도 안주고 그랬어! 그래도 넌 착한 아들이라 아무 소리 안 하고 순종하며 잘 따라 주었지. 어린 네 가슴속에는 엄마가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는지 넌 언제나 예스맨이었어.
지금은 엄마가 건강해져서 지난 날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우리 아들이 제일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단다. 너를 위한다고 했던 일들이 오히려 너를 힘들게 했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동안 항상 ‘네’만 하던 네가 ‘아니요.’도 하기 시작하고, 때로는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때, 엄마는 당황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두 팔을 벌리고 안아 달라고 엄마, 아빠를 오가던 너의 모습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추었지. 엄마 아빤 많이 섭섭했고 걱정했어.
날마다 눈물로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도 너는 침묵했었지. 그러나 어느 순간 엄마는 그 모든 것들이 네가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너의 여러 가지 모습들과 경험하는 것들이 하나님께서 너의 지경을 넓히셔서 너를 큰 그릇으로 만드시려나 보다.’ 생각도 했지. 그 경험들이 앞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사용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때때로 마음이 뜨거워지고 목젖이 먹먹해지도록 아플 때도 있었단다.
어느 날, 침묵하던 네가 엄마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 주었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시고 나를 위해 늘 눈물로 기도하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어. 그리고 엄마의 기도에 침묵하고 있었던 너였지만 엄마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했단다. 엄마는 너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동안의 모든 애환이 한꺼번에 눈 녹듯 사라지고 다 잊어버리는 바보가 되었지. 며칠 전 야간자습을 마치고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한참동안 기도했다는 너의 말을 듣고 뭉클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단다.
아들아, 대나무는 마디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더욱 강해져서 세찬 비바람에도 견뎌낼 수 있듯이 너에게도 단단한 매듭들이 하나씩 생겨나서 더욱 튼튼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천년이 두 번 지나도 변하지 않고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그 사랑처럼 엄마도 너를 끝까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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