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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결혼식에 오신 예수님

작성자
주미향
작성일
11-11-21
조회수
953

결혼식에 오신 예수님

얼마 전 큰 아이가 결혼을 했다. 철없고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우리 아들, 내가 철없을 때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내 아들이 한 여자의 남편이요,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니 참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또 막상 결혼 날짜는 잡았지만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름엔 왜 그리 일이 많았던지, 바쁜 사역의 일정으로 인해 우리 아이 결혼에 대한 염려와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직 아침에 큐티 하는 시간이면 제일 먼저 아이 결혼식에 대한 부담으로 하나님께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구할 뿐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헤아려보니 돈이 많이 부족한 상태이고 우리가 아들 결혼시킬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둘도 아니고 하나뿐인 아들 결혼시키면서 집 하나 해결하는 것도 내겐 벅차다니 이 나이 먹도록 뭐하고 살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이가 이런 저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의논하면 괜히 그 애에게 짜증이 났다.
‘아직 대학원 졸업도 안한 주제에 결혼까지 하겠다니...’
사실 기쁘게 허락했는데도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그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큐티 시간이면 주님! 어떻게 하지요? 두려워요.
그 때 아침마다 묵상한 말씀은 로마서였는데 이 땅의 것을 해결할 것이 많은 나에게 은혜가 되기엔 너무나 교리적인 말씀인거 같았다.
그런데 로마서 1장 1절을 읽다가 눈물이 터졌다.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롬1:1)’

‘미향아, 너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복음을 위해 택정함을 입은 사람이지.’
성령님이 내 마음에 고요히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의 부르심이 진정 그러하다면 네가 두려워해야 할 것들은 그런 일들이 아니지 않겠니? 그런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져왔다. 날마다 하나님께서는 로마서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부패한가에 대하여, 하나님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하지 않고 감사하지도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시는 분노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그들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지만 미련하게 돼 썩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 이나 새나 짐승이나 기어 다니는 동물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저희를 마음의 정욕대로 살도록 더러움에 내버려두사 저희 몸을 서로 욕되게 하셨으니(22절)’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말했는데, 너희들이 멸망을 자초하고 그래서 진리와 순리를 거스리니 병들고 죽게 되었구나.’묵상할수록 그렇게 하나님 아버지의 심장이 느껴지는 듯 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들에게 여전히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지만 돈이 없다는 것, 결혼식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염려도 사치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므로 너희의 죽을 몸에서 죄가 왕 노릇 하지 못하게 해 몸의 정욕에 순종하지말고 또한 너희의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어주지 말고 오직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산자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드리라!(로마서6:12)’


예, 주님. 저를 드립니다. 주님의 병기로 드립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우리 아들이 내게 물었다. “엄마는 청첩장을 왜 쌓아두세요? 청첩할 분들이 없으세요?” 갑자기 가득 쌓여있는 청첩장을 바라본다.
사실 사역자라 이름 지어진 사람이라 청첩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주려하니 그 분께 부담 주는 것 같고 그리고 사실 사역한다는 핑계로 다른 분들의 결혼식에 많이 못 갔던 내가 갑자기 내 아들 결혼한다고 연락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겐 청첩하는 분도 많지가 않다.
“바쁘실텐데...” 모두들 그렇게 배려해준다.
“청첩하기가 쉽지 않구나. 부담 드리는 거 같아서...”
내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은 배려하면서 내 결혼식은 걱정 안 되세요?”
그렇게 말하는 아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그날 밤 일주일 밖에 안 남았지만 몇몇 분에게 (안 알렸지만 사실 알면 와주실분들에게) 전화를 했다. 모두 기쁘게 와주시겠다고 한다. 밤에 기도하려고 무릎 꿇었는데 갑자기 가나 혼인잔치가 생각이 나서 요한복음을 펼쳤다.
아, 성경에 결혼에 대한 사건이 있었는데 왜 나는 이제야 생각이 나는가.
“주님. 우리 결혼식이 사실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사실 정상적으로 결혼생활을 할 수도 없는 여자였습니다. 아들을 낳아 이 상처 많은 손에서 키우며 늘 두려웠지요. 우리 집에 시집오겠다고 하는 며느리감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이 왔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앞두고 점검해보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아들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애쓰는데 이 어미는 마치 구경꾼처럼 느껴지진 않을까요? 물질이 없는 것이야 그렇다 해도 결혼 당일 하객들도 많이 안와 그 큰 본당에 썰렁하게 결혼식을 하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평신도 집사인데 특별한 소명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엄마를 둔 우리 아들의 처지를 돌아보니 이런 저런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주님, 이 아이는 정말 하나님의 돌보심이 필요합니다.”
요한복음을 읽어보면서 우리처럼 부족한 것이 있어 위기에 처한 결혼식이 성경에 적혀 있는 것이 신기하고 크게 위로가 된다. 한 구절씩 읽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예수님이 우리 잔치에 오시면 되겠구나.”
말씀에 의지해서 기도했다.
“주님, 하객이 많이 안와도 괜찮습니다. 예수님이 오시면 되겠네요. 마리아처럼 어려운 부분 알아주고 걱정해주시는 보혜사 성령님도 오시옵소서.” 이렇게 두 분을 초청하고 나니 하늘의 평안이 몰려온다.
“그래, 예수님 오시면 되지. 성령님 오시면 되지...그 분들이 오시면 충분하지.”
비밀을 발견한 거 같았다. 아무도 와 주지 않아 쓸쓸하다 해도 예수님은 반드시 오실 것이니 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간구하기를 “주님, 숫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부족한 우리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이 극상품의 포도주, 사람이 아닌 예수님이 베푸신 축복과 기쁨을 받게 하소서. 주님, 우리 잔치에 참석한 모두에게 내 것이 아닌 주님이 베푸신 것으로 먹이소서. 기쁨을 주소서.”
9월 29일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치워진 우리 아들의 결혼식에 약속대로 예수님이 오셨다.
나의 보혜사 성령님. 어머니같이 늘 나를 도우시는 성령님이 오셨다. 그리고 눈물이 나서 얼굴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오셔서 본당이 가득 찼다. 무엇보다 은혜와 기쁨이 넘치는 그야말로 하늘 잔치를 만들어주신 우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우리 아들은 그날 주님의 돌보심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살아계신 내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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