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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어느새 편안해진 나

작성자
이희정
작성일
11-11-21
조회수
796

어느새 편안해진 나

글 이희정(지원자)

어머니학교를 마치며 ‘간증’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기독교에 문외한인 나. 첫날 어색한 분위기에 모든 털들이 곤두서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에매하게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 내가 봐도 우습기만 하고 힘든 날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머리는 너무 무겁고 온몸은 누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내 옆의 신랑은 “왜 그래? 어디 아파?”, “응, 몸살이 나려나봐.” 아마 정신이 힘들어서 육체가 같이 힘드나 보다 생각하며 ‘내일은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힘든 발걸음으로 교육장으로 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 어제보다 훨씬 편안한 기분으로 교육장 안에 흐르는 분위기를 받아들 수 있었다. 어느새 모르는 찬송가 운율에도 고개 장단을 맞출 수 있었고 곤두서 있던 털들이 절반은 누운 듯 비교적 편안하게 교육을 즐길 수 있었다. 서로 안아 주고 손잡아 주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나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을 갖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특별한 집단 안에서만 느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적이 아니었을까. 조원들은 분명히 ‘하나님의 은총,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글쎄 나 자신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기원해 주고 싶다.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 종교인이든 종교인이 아니든 모두들 사랑 속에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시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무신론자 이희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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