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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버지 용서합니다!

작성자
이순화
작성일
11-11-21
조회수
997

아버지 용서합니다!

글 이순화

어디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뵌 지가 큰 아이가 두 살 때니까 벌써 9년이 다 되어 가네요.
사실은 2년 전에 아버지를 뵌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못 보셨지만요.
친구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보았드랬습니다.
하지만 뵙고 싶지 않아서 피해버렸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아서요.
어릴 적에 내게 아버지는 참 다정하시고 선하신 좋은 분이셨습니다.
한번은 제가 크게 잘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제게 물이 든 양동이를 들려 벌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벌을 다스리고 난 뒤에 아버지는 저를 꼭 안아 주셨습니다.
또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다가오면 아버지는 늘 숙제를 검사하시고 안했으면 많이 혼을 내셨습니다.
전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서 벼락치기로 숙제를 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 일들이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것을요.
마냥 무섭기만 했으니까...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는 저희들과 엄마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술도 많이 드시고 집안 살림들을 부수기 일쑤였고, 경제적인 책임도 엄마에게 미루기 시작하시면서 가정에 소홀해지기 시작하셨으니까요.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좋고 자상하던 아버지가 왜 그렇게 변하셨는지? 왜 그토록 무책임한 사람이 되셨는지 말입니다. 혼자 많이 힘들어 하시고 혼자 눈물 흘리시는 엄마를 볼 때면 저는 아버지가 정말 밉고 싫었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늘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아버지지만, 아버지도 노력하고 계신다 힘드시니까 그러시겠지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여자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나를 대하는 아버지를 보는 순간, 저는 내 안에서 아버지를 지웠습니다. 사람도 아니라고, 더럽다고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늘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하시고 우리 몰래 우시는 엄마를 보면서 난 더 이상 아버지를 용서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살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저는 아버지를 미워했고 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가정도 점점 어두워져 갔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 앞에 난 잊으려 애쓰던 아버지를 내 생각 속에서 끄집어내 원망하고 다시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나님은 제게 아버지를 용서하길 원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시는 계속된 메시지 앞에 ‘그래 용서하자’그렇게 막연히 아버지를 용서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 증오하는 마음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잊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학교를 통해 내가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용서했다고 여겼던 내 마음은 그저 아버지의 존재를 잊으려 했던 것뿐이었습니다.
아버지, 언젠가 한번은 묻고 싶었습니다.
왜 그토록 엄마와 우리들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셨는지, 왜 그렇게 하실 수밖에 없으셨는지 말입니다.
아직 제게는 아버지에 대한 두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으니까, 그럴꺼야. 아버지도 힘드셨을 거야, 노력하셨을 거야.’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마음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보다는 그저 아버지의 존재를 잊으려는 마음이 제 안에 싸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마칠 쯤에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아버지, 이제는 멈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도, 미움도, 아픔도 다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제까지 아버지를 증오하며 미워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이제는 다른 가정을 갖고 계신 아버지가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 이상 아버지가 불행해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신 그곳에서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꼭 행복하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먼 훗날 아버지를 뵙게 된다면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아드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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