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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당신에게...

작성자
홍승정
작성일
11-11-21
조회수
859

당신에게

글 홍승정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내가 좋아하는 봄이 성큼 다가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여름이 왔네요. 이렇게 편지를 써본지가 언제 적인지... 참 간만에 펜을 들게 되었어요.
숙제로 쓰라 할 때는 뭐부터 쓸까 망설여지고 원망만 쓰게 될까봐 걱정도 되더라고요.
스물네 살. 당신과 결혼이라는 걸 했을 때 난 너무도 힘든 상황이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5년 동안 뇌졸중으로 누워 계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앞이 캄캄했지요.
그 5년이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힘든 시기였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가족이란 서로 의지하고 돕고 격려한다는 말은 그저 건강한 사람들에게만 속하는 말처럼 우린 서로 할퀴기에 바빴으니까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요. 긴병에 장사 없다고 서로에게 마음이 많이도 상처를 주었어요. 내 좁은 소견과 어린 마음에 빨리 결혼해서 탈출이란 걸 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주던 당신이 난 믿음직스러웠어요. 많이도 위안이 되어 주었던 당신이 고맙기도 했고요.
결혼하자는 당신의 말에 난 아직 어려서 싫다 해도 “아니 그냥하자” 끝까지 밀고 나간 당신한테 고마웠어요.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새로운 가정이 형성되고 새로운 어머님과 아버님, 24년 동안 남남으로 살다가 또 한 가정이 생기면서 부딪치는 상황들이 어린 저에겐 힘들었어요.
외롭고 쓸쓸하고 정이 부족한 나인데 결혼이라는 걸 해 놓고 매일 바쁜 당신을 보며 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들을 낳았지요.
온 가족이 기뻐하며 좋아 하셨는데 특히 아버님이 좋아 하셨어요. 든든한 빽이셨던 아버님이 정훈이가 5개월이 되었을 때 간경화로 돌아가셨고 ‘난 참 아버지 복도 없구나’ 생각했지요.
어머님이랑 합친 게 그때였어요. 솔직히 말해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마음에 문을 닫아 버리게 한 그 시절이 너무 힘들고 아픕니다. 물론 그 집도 싫고요.
일층은 어머님이 가게를 하시고 난 이층에서 살림을 했지요.
6개월 동안 각 방을 썼던 거 기억나세요?
어머님이 혼자 주무시는 게 무섭다고 그렇게 나랑 6개월을 지냈지요.
그때 당신이 미치도록 싫어졌던 거 같아요.
마음에 문을 열기도 전에 당신한테 내 맘의 문을 굳게 닫게 해 주었던 그 사건을 아세요?
정훈이가 아프기 시작했던 세살 때 그때 생각나세요?
연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서 간질이라는 판정을 받고 당신한테 전화를 했었지요.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고 위로가 간절히 필요했었는데 한걸음에 달려올 줄 알았던 당신은 다른 사람을 보냈더라고요. 그 차를 타고 오면서 입술을 깨물며 ‘그래 자식보다 회사가 더 중요한 사람이구나.’생각했습니다.
매번 병원에 가면 하나씩 병명들이 나오는 통에 난 이리저리 뛰어 다녀도 당신은 알아서 하겠지 뒷짐만 쥐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렇게 원망만 쓰게 될까 걱정했는데 정말 원망만 쓰네요.
내 마음이 왜 닫혔는지 말하는데 참 한심하죠.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더 못 쓸 것 같아요. 여차여차 10년을 살았네요.
무심하고 이기적인 당신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치게요.
제가 크나큰 잘못을 했을 때 당신이 네게 보여준 모습은 집착으로 밖에 안보였는데 이제 돌아보니 그게 사랑이었군요.
끝까지 기다려준 당신한테 더없는 감사를 드려요.
다시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주고 행복으로 가득 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해요.
결혼하면서 ‘노력할께요’라고 했던 말 이제 다시한번 할께요.
‘나 노력해 볼께요.’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당신이 같이 노력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열심히 살아 볼께요. 하나가 아닌 둘이 같이 노력 해봐요.
아들과 딸이 있어 행복한 우리 울타리를 이제는 뛰쳐나가지 않고 잘 지켜 볼께요.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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