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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늘 괜찮다 하시는 어머니

작성자
이고은
작성일
11-11-15
조회수
920

늘 괜찮다 하시는 어머니
 

글 이고은(본부47기)

어머님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둘째 며느리 하늘 엄마 입니다.
하늘 아빠가 강릉에 내려간 뒤로 가뵙지 못했으니 어머님을 뵙지 못한 게 8개월이 되어 가네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홀로 계시기에 더욱더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올해는 저희 형편과 처지가 쉽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늘 고향 근처에 가서 살지 못하고 객지로만 떠도는 저희들을 늘 이해해 주시고 가끔 명절 때나 집안 행사 때는 길 막히고 힘들면 오지 말라고 먼저 전화 하시던 어머님 참 고마웠습니다. 작년 저희 여름휴가 때 저랑 극장에 영화 보러 갔던 일 기억나세요? 광주 5.18이야기를 그린 ‘화려한 휴가.’ 어머님께서는 막내 서방님 아기 때 가보고 거의 4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셨던 말씀에 너무 죄송하고 좀 더 빨리 모시지 못한 게 안타까웠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영화내용이 실제 일인 줄 알고 영화 보는 내내 “아이고, 하나님”을 연발해서 영광이가 킥킥거렸죠. 여행이나 맛있는 것 먹으러 간 기억은 있었지만 영화구경이나 음악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좀 더 일찍 함께 하지 못함이 죄송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전 사실 처음 어머님을 보았을 때 엄살이 굉장히 심한 분이구나 했어요. 그때 당시 어머님께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하셔서 혼자는 거동이 힘들어, 앉고 눕고 일어서는 데 주위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아야 하셨죠. 그래도 전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 앞에선 ‘조금 참고 건강한 것처럼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나이 어린 짧은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를 먹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면 저럴까 생각하면서 어머님 입장을 이해합니다. 또한 어머님의 현재 육신의 병은 모두 마음에서 시작 됐음을 이해합니다. 어머님의 가슴 아픈 결혼생활이야기.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같은 여자로 이해가 되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열여섯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곧 바로 남편을 군에 징용 보내고 7년의 세월을 홀로 시집살이 하면서 돌아가신 시할머니께 갖은 구박과 설움을 받은 이야기. 또 군에서 돌아온 남편이 낯선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받았던 충격. 남편이 늘 부모님 편만 들어서 젊은 시절 남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신 어머님의 결혼생활. 이런 맘고생 속에서 8남매를 낳아 제일 맏이와 막내를 가슴에 묻고 6남매를 손발이 다 닳도록 일만 해서 키우신 어머님. 지금도 자식일이라면 끔찍하셔서 늘 기도하시고 염려해 주신 어머님 참 고맙습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아들 며느리들이 어머님을 편히 모셔야 하는데 모두들 저 살기 바빠서 어머님 홀로 지내게 하는 불효를 용서하세요. 2년전 아버님 돌아가신 후 자식들 불편하고 힘들까봐 혼자 지낼 기력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요즘은 집으로 전화하면 안 받으시고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교회에서 구입한 신축부지에 텃밭을 가꾸시느라 바쁘다고 말씀 하시던 어머님. 제가 직접 보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채소 심으시고 가꾸실 어머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6남매 모두에게 나누어 주시려고 당신 힘에 부치실 만큼 많이 경작하고 계실 어머님께서 가꾸어 보내주시는 농작물 정말 맛있고 귀하지만 먹을 때 마다 어머님 건강이 더 걱정이 됩니다. 어머님 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이번 여름엔 꼭 강릉나들이 한번 하시구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둘째 며느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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