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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당신의 빈자리

작성자
내정
작성일
11-10-07
조회수
820

당신의 빈자리
 

글 내정(강서8기)
 

이렇게 따뜻한 날 오후 당신 품에 안기어 잠들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예쁜 꽃을 보아도 아름답지가 않습니다. 그 예쁜 꽃들이 아름다웠던 것은 당신과 함께 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들이 파란 옷들을 입고 우리가 걷던 스산했던 길들이 초록 물을 들인 것처럼 온 세상이 푸르러도 나는 그것들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고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그것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당신이 나와 함께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물론 당신이 아프기 전에는 무척이나 많이 싸웠었죠. 가정보다는 세상을 너무나 좋아하던 당신과 오로지 교회와 가정밖에 모르던 내가 싸울 수밖에 없었겠지요.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정말 이혼도 많이 생각했었어요. 당신도 나랑 사는 것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때는 내 잘못은 없고 당신 때문에 우리가 맨 날 싸우고 우리 가정이 평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매일 매일을 힘들게 살았었어요.
4년 전 부터 성경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이 서서히 변화되어 갔었습니다.“ 예수그리스도께 하듯 하라. 남편을 존중하고 존경해라. 남편은 우리의 머리이다.”나는 날마다 조금씩 깨어져 갔었지요. 하나님께서는 내가 변화니 당신도 조금씩 만져주셨지요.
사랑하는 당신!!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20년 동안 진행되어 왔던 암을 당신과 내가 서서히 변화되고 우리 가정이 조금 안정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때가 되었다 하시고 우리에게 알려주셨지요. 당신의 투병기간 7개월 10일 동안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행복했었습니다.
당신과 함께여서 그냥 무작정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부인하고 믿지 않으려 하였지만 당신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같이 교회에 나가고 둘이 날마다 한 목소리로 예배도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홀로 떠나보내고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금식기도를 해서라도 하나님께 정말 떼를 써서라도 당신을 보내지 말아야 했습니다.
남겨진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 줄 정말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말들을 하지요.
천국 가면 만날 건데 아이들 키우며 살아야 하지 않냐고…. 현중씨! 솔직히 지금도 저는 당신을 따라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리고 당신 또한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내 삶이지만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 변덕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감사하게도 어머니학교 두 번째 가는 날 부터 내가 조금은 수다스러워지고 많이 웃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보! 3개월 전 비오는 날 당신과 운동해야 한다고 우산 쓰고 동네 한 바퀴 돌던 날“비 소리가 참 좋다.”표현 안하는 당신이 감성이라고는 전혀 없던 당신의 입에서 너무나 낭만적인 말을 들었던 때 정말이지 가슴이 너무 아파서 당신 앞에서 울 뻔 했습니다. 당신이 천국 가던 날 화장해서 안치하던 그 날까지 3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었어요. 아시나요?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그렇게도 사랑하셨나 봅니다. 당신 지옥 안 보내고 천국 데려 가시려고 많이 참고 기다려 주셨지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하나님께서 이적을 베푸셔서 정말 당신을 살려 주실줄 알았습니다. 내가 기도해서 안 들어 주신 적이 별로 없기에 새벽마다 일천번제를 드리기를 340번째 쯤 이니까 천 번 채울 때까지 기다려 주실 줄 알았습니다. 당신을 보내고 나니 왜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지요.‘ 최소한 사계절은 같이 보낼 수 있게 기다려 주시지!’하는 안타까움이 크네요. 어머니학교 첫째 날 편지를 써서 불에 태우는 시간이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하나님께 왜 우리 남편을 벌써 데려 가셨냐고 항의하는 편지를 썼었습니다. 정말 처음으로 하나님께 반항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써서 올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을 무척이나 힘들게 지냈습니다.
어머니학교 둘째 날 아버지께 쓴 편지를 조원들 앞에서 읽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소리내서 웃기도 했지요. 집으로 돌아와서도 예전에 잘 웃던 나로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현중씨 천국에서 잘 있는 것 맞죠?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 알죠? 나를 위해서 우리 태선이 태양이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겠지요. 교회에서 사도신경 할 때 주기도문 고백할 때 당신과 한 목소리로 읽고 외었던 것이 생각나면 참 많이도 울었어요. 이젠 웬만하면 안 울려구요. 나 웃으면서 살게요. 사랑해요. 당신을 너무나 많이 사랑하는 당신 아내 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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