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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말씀만 하옵소서, 마마~”

작성자
장성훈
작성일
11-11-04
조회수
551

남편 수기 릴레이 1
“말씀만 하옵소서, 마마~”

 

글 장성훈(경기북부 권나리자 배우자)
 

첫째, 내 아내의 불치병(?)이 나의 기를 살린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래서 평생 나을 수없는 그 병은 바로 공주병. 어쩌다 쇼핑이라도 하면 난 또 그 어쭙잖은 패션 쇼 관객이 되어야 하고, 서툴기 그지없는 평론을 해야 하고, “자기가 패션을 알아?”하는 핀잔을 들어 줘야한다. 게다가 바꾸러 가야한다. 적어도 다섯 번 정도. 생각해보시라. ‘기’가 살아있지 않고 감당할 수 있겠는가? 오랜 세월 숙달되어 당당히 바꾸러 다닌다. 그대는 공주, 나는 마당쇠. “말씀만 하옵소서, 마마!”
둘째, 아내의 건망증이 나의 기를 살린다. 오래 전 신혼 초 물건 사러 가면 종종 지갑을 안가지고 왔노라고, 대신 계산 좀 해달라고 하기에 멋모르고 넙죽넙죽 카드 긁어줬지. 세월이 지나니 슬금슬금 건망증 분야가 다양해져…. 세탁기 돌려놓고, 미역국 올려놓고, 가스레인지 켜놓고 말도 안하고 그냥 잠들어. 다음날 남편 기가 살지. “응, 내가 빨래 다 널고, 설거지 깨끗이 다 해놨어. 잘했지?” 한번은 퇴근한 날 보고 웃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전기밥솥에 내솥 없이 쌀과 물을 부었다는 것이었다. 저녁 내 다 뜯어서 고쳐놓았더니 그 다음날 내솥 없이 또 물 부었대요!
셋째, 변함없는 긴 머리 소녀의 청순함이 나의 기를 살린다. 삼손의 긴 머리카락은 자기 자신에게 힘을 주었지만, 아내의 긴 머리카락의 아름다움은 나와 두 아들, 특히 막내아들에게 막강한 힘을 준다. 어쩌다가 학교에 찾아가면 애들이 너희 누나 왔다고 한다나, 뭐라나. 오학년 삼반인 나 역시 긴 생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아내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으쓱으쓱 기가 산다.
그 밖에도 나이 오십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김치를 담글 줄 모르는 당당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음식은 식구들 입맛에 딱 맞게 해낼 때의 신통함이, 지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온 동네 모르는 사람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원만함이 나의 기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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