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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힘
글 최윤아(서남 12기)
Dear엄마.
언제나 나에게 좋은 엄마였던 엄마…. 요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엄마가 계시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존재만으로도 엄마는 큰 힘이 되어요. 비록 남들처럼 애들을 봐 주시지 않으셔도 말이에요. 사실 친정엄마한테 반찬도 많이 얻어먹고, 애들도 맡기고 그러는 친구를 보면서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어요.
내내 일 안 하시다가 제가 큰 애 낳기 전부터 왜 일을 하시는지, 친척 언니 애기들은 잘 봐주셨는데 정작 내 아이 봐 주실 때 아픈 곳이 많으신지… 혼자 육아를 감당하는 것이 힘이 들 때 바쁜 남편보다 어려운 시댁보다 엄마를 원망할 때가 사실 많았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엄마를 쓰셔서 엄마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신 것을 정말 감사드려요. 얼마 전에 만났을 때 엄마가 그러셨죠. 제가 교수 정도는 될 줄 알았다고….
항상 엄마는 저한테 기대가 많았어요. 그런 기대가 저한텐 항상 부담이었어요.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선택만 하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한 지금의 모습이 되었네요.
엄마가 애기 빨리 키우고 임용고시보라고 하시면서“그래야 네가 엄마 용돈 많이 주지!”라고
따라 오던 뒷말….
흐흐흐. 불효인지, 다행인지 임용을 보기 싫다고 교사하고 싶은 생각 없었다고 공포해 버리고 나니 엄마는 어떠셨을지 몰라도 제 속은 편했어요. 엄마 사업부도 나면서부터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엄마 마음 생각하느라 엄마 이야기 들어드리느라 내 얘기를 내 속상함을 표현할 곳이 없었어요.
말은 못하고 엄마의 기대 때문에 부담은 커지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내 자신의 모습, 또 정작 하고 싶었던 공부는 집안 형편 때문에 접어야만 했던 모습에 점점 내 자존감이 떨어졌어요. 사실 여전히 잘 우시고 힘든 내색 하시고 우울해 하시는 모습을 뵈면 속상하기도 해요.
엄마! 경제적으로까지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시부모님 덕에 힘든 거 아시잖아요. 한두 푼 더 모으는 것보다 부모님께 잘 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양쪽 부모님들께 생활비 드리고 용돈 드리고 사는 젊은 부부는 주변에 저희 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엄마한테는 조금 한다고 저보고 빨리 돈 벌라고 하시는 모습 보면 섭섭해요.
다른 딸들은 엄마 옷도 사온다고 옷 좀 사달라고 하실 때도 엄마가 옷을 백화점에서 사시니까 엄두가 안 나서 사드린단 소리도 못하겠어요. 제가 좋은 집에서 사는 것도 좋은 차 타는 것도 보여드리고 엄마 옷도 사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옥침대도 사드리기를 원하시지만 월급쟁이 아내로써 엄마의 기대가 버겁긴 해요. 그렇게 해 드리고 싶은데 말씀으로 압박하시니까 이상하게 더 부담이 되네요. 엄마가 저 같은 딸 낳아서 키워 보라고 예전에 그러셨죠.
어째 하나님이 들으셨는지 아들만 둘 주셨네요. 셋은 무리니까 엄마의 바람이 이루어질 순 없겠어요. 엄마, 저 엄마한테 단기적으로 불효하는 거겠지만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진짜‘딸’로서의 모습을 찾아 나설 거예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속깊었던 13살로 돌아가서 13살짜리의 딸부터 다시 시작 할 거거든요. 물론 지나온 그 세월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어린 윤아를 찾아내서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한 딸이 되고 싶으니까요. 찾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친구 같은 딸이 되어드릴게요. 섭섭하다 마시고, 속상하다 마시고 조금 기다려주세요.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엄마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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