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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내 영혼의 상처로 다른 영혼을 품으라시니

작성자
박은미
작성일
11-11-04
조회수
984


내 영혼의 상처로 다른 영혼을 품으라시니

글 박은미(부산사모 2기)
 

결혼 전까지의 나의 삶은 이랬다. 항상 시끄러웠던 우리집, 알콜 중독 아버지의 술주정 소리, 술만 드시면 이것저것 다 부수고 어머니를 죽이네 살리네 하며 상상할 수 없는 횡포로 엄마와 우리를 괴롭혔던 아버지, 빚과 외상 술값에 항상 사람들이 찾아와 돈 갚으라며 거칠게 대했던 기억들!
그중에도 그날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잠을 자고 있는데 뺨에 큰 충격이 가해져 너무 아프고 놀라서 깨었더니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고 있는 나와 언니의 뺨을 갈기신 것이었다. 이유는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잤다는 것이었다. 흥분한 어머니와 아버지는 격렬히 싸우셨고 급기야 망치를 들고 집안의 모든 유리로 된 문과 물건을 다 부쉈다. 칼을 들고 어머니를 죽이려는 모습까지 4남매 어린 자식들에게 보이셨던 아버지… 그러고도 끊임없이 여러 차례 더욱 심해지는 아버지의 행동들… 어머니께 우리 걱정하지 말고 이혼하라고까지 권유했던 우리 4남매… 그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애비없는 자식의 서러움을 우리에게 줄 수 없다시며 '내 죄다'하시며 억척같이 우리를 키우셨다. 학창시절, 탈선의 유혹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러나 한 여자로 태어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 그토록 힘들게 살아가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4남매가 모두 그랬을 것이다. 중2 겨울, 언니를 따라간 교회. 늘 전쟁 같았던 우리집을 벗어나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관심과 사랑, 웃음... 인격적인 인간미가 너무 좋아 믿음은 없으면서도 아버지께 맞아가면서까지 오기로 다녔던 교회생활. 하여튼 가정으로부터의 나의 탈선은 교회였다.
그러다 중3 여름수련회를 가서, 육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그토록 나를 사랑하시고 기다리시며 안아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의 감격과 은혜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눈물 콧물 쏟으며 밤이 새도록 울었었지.
하나님은 지금의 나를 세우기 위해 36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지금은 안 계신 아버지를 통해 혹독한 훈련의 시간들을 보내게 하셨다. 어렸을 땐 너무 힘이 들어 몸서리쳐질 때도 많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감정과 환경의 밑바닥을 경험케 하셔서 어려운 영혼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가슴으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상처 많은 나를 너무도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기에 남편을 평생 동역자로 보내 주셔서 사랑과 믿음, 은혜들을 더욱 깊이 알게 하시고 체험케 하셨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성장환경과 어려움들을 통해 나도 모르게 자리잡아 버린 나의 성격과 모난 부분들이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와 관계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노력 중이다. 그 노력 중의 하나가 어머니학교를 찾은 것이다. 이제 나는 항상 기대하며 기다리고 또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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