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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해요

작성자
OOO
작성일
15-05-20
조회수
1,042


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해요

글 / 0 0 0 (과천 열린2기)



채은 아빠에게.
채은 아빠, 당신한테 정말 편지 안 쓰려다 내가 맘 바꿔서 쓴다. 내가 당신보다 낫지? 인간성도 내가 좀 더 낫지~ 당신과 내가 결혼한 지도 벌써 11년째네. 시간 참 빠르지? 같이 산 시간이 11년.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은……. 헉 소리 나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길어서. 나도 마찬가지야.
그동안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제일 잘한 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채은이를 낳은 것 같아. 결혼 초부터 둘 다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가지려고 했는데 맘대로 안 돼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 하지만 그렇게 예쁜 채은이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우리라는 게 맘이 아프네.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 당신과 내가 채은이를 힘들게 만들었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채은이에게 너무 미안해. 그래서 더 잘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맘대로 안 되고. 참 나쁜 부모 같아.
얼마 전에도 말했지만, 난 지금도 당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 당신한테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퍼져. 처음부터 내가 더 많이 당신을 사랑했고,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당신한테 사랑받는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오죽하면 내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당신 딸로 태어난다고 하겠어? 여자로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야. 그래서 당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면서 이혼 도장도 여러 번 찍었지. 채은이가 아니었으면 우린 진즉에 남남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다 채은이 때문이지.
우리, 어린 채은이한테 상처주지 말고 행복한 이이로 자랄 수 있게 노력하자. 채은이의 소원이 엄마, 아빠 싸우지 않는 거라잖아. 어린 아이가 얼마나 상처가 됐으면 우리가 조금만 목소리가 커져도 울겠어. 우리도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상담도 받고 아빠 학교도 다녔고 엄마 학교도 다녔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모인 것 같아.
채은이가 웃는 모습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 우리 부부가 행복하면 채은이의 얼굴엔 항상 미소가 있어. 당신도 느꼈을 거야. 엄마, 아빠로 인해서 더 이상 채은이가 힘들지 않게 더 많이 노력하자. 나도 이젠 당신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보다 채은이의 엄마로 살아가다 보니 맘도 더 편해지고 당신과도 덜 부딪히는 것 같아. 당신 말대로 이젠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이야. 당신한테서 한 발짝 떨어져 당신을 대하니 보니 당신이 조금씩 이해되는 면도 생기고, 조금씩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
이제 당신도 40대로 접어들었으니 건강 챙겨. 술도 적당히 먹고. 이젠 젊은 나이가 아니야.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나이라는 거 명심해. 건강하게 우리 예쁜 채은이 자라가는 모습 지켜보며 잘 살자. 매일 매일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길 바랄게.
2014년 6월25일.
아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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