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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을 향한 떠남

작성자
노용찬
작성일
12-12-07
조회수
862

본향을 향한 떠남

글 노용찬(서호교회 담임목사)

동물의 왕국이라는 한 TV프로는 볼 때마다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작은 곤충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맹수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삶에 대한 나의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이야기가 사람의 이야기와 결코 일치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명활동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은 인도의 뱅골 호랑이 가족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동물들 중에서 맹수들은 대개가 모계중심이어서 수컷은 암컷과 교미를 끝내면 대부분 자기 길로 가 버린다. 두 마리의 새끼를 낳은 암컷 호랑이는 지극 정성을 다해 새끼들을 돌보고 키운다. 맹수들은 먹이를 쉽게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육식동물의 경우는 먹이활동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겨우 먹이를 구하면 어미는 허기를 채울 만큼만 먹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양보한다.
그러다가 새끼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어미가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까이 오면 이를 드러내며 위협을 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새끼들은 처음에는 그런 어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 한다. 그렇게 당황해 하다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새끼들은 이내 어미 곁을 떠난다. 그리고 어미가 지배하던 영역의 일부를 이어받아 자신의 영역으로 확장해 가면서 새로운 삶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성경말씀을 읽어보면 떠남의 이야기가 참 많이도 나온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아마도 하나님께서 아브람(아브 라함)에게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고 명령하시는 창세기 12장의 말씀일 것이다. 여기서의 떠남은 긍정을 향한 부정의 떠남이다. 우상이 만연하던 과거의 구습을 던져 버리고 하나님께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하시는 꿈을 향하여 자신의 정들었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떠남이다. 새로움은 자신을 얽매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가능하다. 거기에 떠남의 원리가 있다. 그러나 성경말씀에서 떠남에 대한 가장 최초의 말씀은 인간의 타락을 말하기 전인 창세기 2장 24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이 떠남은 현재가 나빠서가 아니다. 부족해서도 아니고, 나를 키워주시고 돌보아주신 부모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거기에 어떤 죄가 있어서가 아니다. 인간의 죄의 결과가 영향을 끼치기 이전에 벌써 하나님은 떠남의 원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고 있는 것이다. 이 떠남은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과 연결되어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실 때에 아무런 계획 없이 지으신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복을 주시면서 그 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해야 할 일을 명령하셨다. 그것은 바로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이다. 이 명령을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번성해 가는 것이다. 이 번성은 탐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누리며,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을 가꾸고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로서의 명령이다. 그러기에 이 떠남은 가꿈과 돌봄이라는 것을 통한 행복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떠남은 또한 자라남과 관련이 있다. 모든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먹고 자란다. 그 이면에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사랑이 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희생과 헌신이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속성은 부모를 통해서 자녀들에게 값없이 전달되는 능력부여의 사랑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랑의 능력은 또한 부모를 통해 자녀들에게 부여된다. 자녀는 그 사랑으로 자라나면서 스스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성숙한 자로 서며, 자신이 또한 부모가 되어 청지기의 역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떠남은 자라남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떠남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떠남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번성을 향한 미래는 떠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정은 그렇게 이루어지며, 새롭게 세워진 가정을 통해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과 헌신하는 것과 섬기는 것을 배우고 훈련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떠남은 유턴(U-Turn)을 위한 떠남이다. 자녀가 부모를 떠나는 것은 이제 그 스스로가 부모가 되어 그동안 자신을 먹이고 돌보고 가르쳐주셨던 부모를 돌보기 위한 떠남이다. 하나님께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부모의 곁을 떠나 자라가는 동안 나를 낳아주시고 돌보아주셨던 부모는 늙어간다. 이제 부모가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 된다. 자녀의 떠남은 이제 그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돌보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세기의 떠남은 유턴(U-turn)을 위한 떠남인 것이다.
결국 우리의 떠남은 크게 보면 본향을 향한 떠남이다. 더욱 자라고 성숙하여 그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다. 그리하여 부모 앞에 웃음으로 서기 위한 떠남이요, 하나님 앞에 찬송과 감사로 서기 위한 떠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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