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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탈 서울

작성자
김정옥
작성일
12-12-07
조회수
619

탈 서울

글 김정옥(북부 14기)

눈을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곳이 있기에 벌써부터 나의 가슴은 벅차오르고 너무 행복해서 설레기까지 합니다.
야트막한 산 앞자락 작은 공간엔 황토 벽돌집 두 채가 있는데 한 채는 게스트 룸으로 편안한 독립공간으로 사용 하고 있고, 한 채는 나의 보금자리입니다.
남편과 나, 우리 부부는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기르는 낙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철 따라 각종 채소들이 언제나 식탁의 풍성함을 채워주니, 왕궁의 진수성찬이 부럽지가 않습니다. 요즘엔 고추 수확에 푹 빠져있습니다. 집 뒤에 있는 뒷산엔 각종 약초나무와 과실을 심었습니다. 꽃피는 봄부터 결실이 있는 가을까지 여러 번 변화를 일으킬 때 마다 새로움과 기대감에 부풀기도 합니다.
언덕에 오르면 맑고 청량한 바람이 우리의 머리와 생각과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샤워시키는 듯 합니다.

앞마당 한편에 운치 있는 정자를 지었습니다. 정자 옆엔 흔들의자와 그네를 매었습니다. 오가는 길손들이 잠시나마 쉼을 얻는 장소이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황토찜질방도 마련했습니다. 삭막한 도시생활로부터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가끔씩 찾아오는 지인들에겐 황토 찜질방과 게스트 룸에서 찌든 피로를 풀고 힘을 얻게 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주어진 삶터로 돌아갈 때엔 엘리야 선지자가 로뎀나무 아래서 힘을 얻고 다시 출발하는 그런 장소이기를 소망합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황토집 앞마당과 뒷산이 보이도록 투명한 창을 달았고 한쪽문은 마당과 연결되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서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차를 마시며 자연을 벗 삼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진 내 마음속에서 그려본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눈을 뜨면 현실은 아직도 그날이 멀기만 하지만… 오랜 시간 꿈꿔왔기에 이젠 남편까지도 마음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주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마음은 확고해졌습니다. 작지만 조그마한 땅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젠 실천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아직은 자녀의 홀로서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준비됐을 때를 대비해서 조금씩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시작해 나가려 합니다.
아마도 내년부턴 시작이 되겠지요.
이렇게 하기 전에 먼저 해야 될 일은 그 마을 이장님과 여러 어르신들과의 친분을 쌓고 우선 1~2년 정도 묵을 수 있는 셋집을 구하고, 황토집이 완성이 되면 야산의 벌목허가를 받아 터를 다듬고 가장 위쪽에는 그룹 그룹으로 엄나무, 느릅나무, 두충나무, 뽕나무, 오가피나무, 옻나무 등을 심고 중턱에는 매실나무, 감나무, 살구나무, 모과나무, 자두나무, 대추나무 등 유실수를 심을 것입니다.
뒤꼍 텃밭 위에는 작은 열매를 가진 블루베리나 복분자, 앵두나무, 체리나무, 구기자, 보리수나무 등을 위해 자리를 만들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토질이나 나무특성을 잘 알지 못하기에 대충 그려본 것이고요. 더 연구하고 배운 결과는 그때 가봐야 확실해지겠지요.

집 가장자리에는 투사형 펜스담에 넝쿨장미 오르게 하고, 편백나무, 개나리, 진달래 울타리 만들어 한쪽 곁엔 어릴 적 골담초 꽃을 따먹으며 놀던 추억을 생각하며 골담초와 무궁화나무도 몇 그루 심을 것입니다. 꽃길을 따라 안쪽엔 황토를 깔아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맨발의 운동 길도 만들 것이고요.
각종 나무들은 무공해로 풀들과 더불어 살도록 하고 소출이 적으면 적은대로 조금만 먹으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동기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인데, 몇 년 전에 일본의 이키사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란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과 나의 뜻이 상통함을 느끼고 확고한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저자도 처음 시작할 땐 많은 사람들의 미쳤다는 손가락질과 수근거림에 좌절과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을 끈기와 인내로 이겨냈을 때 기적의 결실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 역시도 형제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슬며시 밝혔을 때에 현실성과 가능성 없는 생각에서 속히 깨어나라고 기를 죽일 땐 정말 가능성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깐이지만, 힘이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없이 포기하기엔 이미 나의 마음은 확고하고, 오랜 시간을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에 품어 왔기에… 포기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것 같습니다.
ㅎㅎㅎ(희망의 웃음)
아이가 홀로 서있을 땐 아마도 나의 꿈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벅찬 기대를 품고, 서서히, 차근히 꿈을 그리며 가고 있습니다.
그날을 바라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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