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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통주(편집부)
이제나 저제나 부부 여행할 건수를 찾던 차에 조카 녀석이 잠시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에 아이들을 맡기고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장소는 남편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제주도.
이번 제주여행은 한라산 등반을 목적으로 목요일에 출발하여 토요일에 돌아오는 2박 3일간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목적이 있는 여행이니만큼 한라산 등반에 필요한 물품도 샀다.
우선 가방. 아직까지 등산 배낭 하나 없이 지낸 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산에 올랐을 경우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날 위한 등산용 바람막이 점퍼.
우리의 가장 큰 실수는 한라산을 런닝화를 신고 올랐다. 하여간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을 구입, 드디어 조카에게 2박 3일간 아이들을 맡겨놓고 제주도로 출발했다.
제주공항에 도착, 렌트한 차를 타고 협재해수욕장 근처 미리 예약한 펜션으로 갔다. 협재해수욕장은 TV방송 ‘1박 2일’ 팀이 한번 다녀간 곳이어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물도 맑고 깊지 않아서 아이들 데리고 놀기에도 참 좋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빗줄기가 약간씩 있어 걱정이 되었다.
하여간 첫 날 책도 보고 바다도 거닐며 한가로이 보내고, 둘째 날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서둘러 한라산 밑 등산로로 향했다. 한라산 왕복 등반 시간이 넉넉잡아 8시간에서 9시간이라고 하니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더군다나 협재해수욕장에서 한라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전날 사놓은 삼각 김밥과 우동, 빵, 물 커피 등으로 그럭저럭 고프지 않게 배를 채우고, 가방에도 필요한 물건들을 채워 출발했다. 산 밑에 오니 날씨는 더 없이 선선했다.
신랑은 사진을 좋아하니 그 무거운 DSLR 카메라를 짊어지고 등반 시작. 산길 옆의 꽃도 찍고 서로의 모습도 찍으며 한가롭게 올랐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세 시간여가 지났을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비를 꺼내 입고 또 오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카메라는 짐이요, 감히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조금 오르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고 별도 보여 시작하고 싸가지고 간 빵과 오이를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난다.
산 정상 바로 밑에 있는 진달래 대피소에 오후 1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라산을 통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부지런히 오르고 또 올라 진달래 대피소에 다다르고 보니 12시가 조금 못 되었다. 대피소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와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으며 또한 산 정상에서 먹는 꿀맛인 컵라면들을 하나씩 먹고 있었다. 우리도 컵라면과 초코바를 먹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그칠 줄을 모른다.
비가 좀 사그라졌을 때 또 우비를 챙겨 입고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를 때는 발이 아픈지 몰랐다. 아니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비가 내리치고 빗물이 신발에 들어가고 바지가 젖고 몸이 무거워지니 발이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백록담 정상을 눈앞에 두고 올라가는데 ‘정말 비가 사람을 이렇게 아프게도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화살 같은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고 산을 오른다.
‘그래 가자. 조금만 더 오르면 된다, 조금만 더 오르면 백록담을 볼 수 있다.’
백록담에 얽힌 전설을 간략하게 이야기 하면 옛날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효자가 어머니의 병수발을 몇 년째 하던 어느 날, 한라산의 하얀 사슴의 피를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한라산에 흰 사슴을 사냥하러 떠난다. 오르고 올라 산을 헤매던 중 저 멀리 하얀 사슴이 보인다. 아들은 그 사슴을 잡아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겠다는 희망을 안고 활시위를 당기는데 때마침 늙은 산신령의 모습을 한 노인이 나타나 흰 사슴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는 아들을 지그시 쳐다본 후 사슴을 데리고 유유히 사라져 버린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버리고 허탈해 하고 있는데 그 사슴과 노인이 있던 자리에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가 하나 보인다. 물이라도 떠다 어머니께 마시게 하였는데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그 연못 이름을 흰 ‘백’ 사슴 ‘록’ 자를 붙여 ‘백록담’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물을 떠다 마셨다고 한다. 우연찮게도 제주도 오기 며칠 전 미용실에 머리하러 갔다가 뒤적이던 잡지에 이 전설의 내용이 실려 있었다.
하여간 백록담을 향하여 비를 맞으며 또 오른다. 두근대는 가슴을 알고 올라서는데 백록담은 하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망을 안고 헛웃음을 짓고 있노라니 신랑이 한마디 한다.
“원래 백록담의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고 하네. 한라산이 워낙 높아서 비구름이 항상 형성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비바람이 세차게 내리쳐 기념 샷 한방 제대로 찍기도 힘들었지만 온 몸이 다 젖고 발이 팅팅 불어 아프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남한에서 제일 높다는 한라산 정상에 있지 아니한가!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웃으며 기념 샷을 찍고 있다.
올라갈 땐 성판악 등산로로 해서 올라갔으니 내려갈 땐 관음사 등산로로 해서 내려가기로 했다. 정상탈환의 기쁨도 잠시,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 터벅터벅 내려간다. 발이 아프다. 무릎도 아프다. 원래 등산이라는 것이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들지 않은가! 부상 사고도 더 많고 한다. 내려가다 모르는 이들에게 김밥도 한줄 얻어서 바위틈에 끼어 앉아 우적우적 씹어 먹고 또 타박타박 내려간다. 어느 순간 이르니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드디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정상에 올랐을 때보다 더 큰 기쁨이다.
아침 8시 20분에 산에 오르기 시작하여 도착한 시간 5시 20분, 꼬박 9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고사하고 한발 한발 떼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한라산 등반 후 생긴 것은 일주일간의 계단공포증.
이번 여행에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것은 산에 오를 때는 영양 간식을 꼭 챙겨 가야 한다는 것과(양갱, 초코바, 오이, 빵, 두유, 물, 정도면 될 것 같다.) 무조건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일회용 우비도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도 꼭 챙겨가야 하는 것은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또 내가 기대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친구를 동반하고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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