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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생각해 본 적 없는 아버지께

작성자
이OO
작성일
11-11-15
조회수
943

생각해 본 적 없는 아버지께
 

글 이OO(진주 교도소 지원자)

사실 어색하네요. 아버지, 아버지께 편지쓰기. 근데, 왜? “아버지”라는 흔한 이름(호칭)에 저의 머리가 갑자기 터져버릴 듯이 복잡해지는 걸까요?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떠올려) 본 적 없는 이름 아버지. 그래도 무슨 사연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잘 모르지만 용기내어 뜻 깊은 이 시간을 통해서 아무튼 부족한 점 많은 저를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게 해 주신 저의 아버지께 이 편지를 올립니다.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듯이 나의 아버지에 대한 존재 역시 알 수 없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아버지께 어디서 무엇을 하시며 몸 건강히 살아계시는지 어쭤볼 수 없어서 궁금했지요. 요즘엔 가끔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저는 아버지를 닮았을까, 어머니를 닮았을까? 철없던 어린 시절 저 역시 부족한 점 많아 어리석게 방황도 많이 하면서 살아왔기에, 이제는 저도 비록 자식을 버린 원망의 대상이던 아버지라 할지라도 죄인이 되어 버린 자녀로서 저 또한 당당히 무슨 할 말 없는 못난 딸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염치없이 창피하기만 하네요.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수록 평범한 사람들 보다 더 열심히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야 했는데 만약 제 소식을 혹시라도 아시고 실망해 하실까 제 마음이 더 아파오네요.
아버지, 못난 이 딸을 부디 용서해주세요. 저는 이곳에 결코 세상에서 절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오게는 되었지만, 진정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슴 깊이 깨우치며 반성으로 오늘도 최선을 다해 새로운 목표를 안고 생활해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남은 삶을 ‘변화와 실천’으로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저의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역시 이렇게 또 알 수 없는 아버지께조차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면 제가 너무 막살아 오긴 했나보다 하는 것이 찢어질 듯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하게 되네요. 더 이상은 그 누구에게도, 초라하고 반복되는 어리석은 모습 보이지 않을 거예요. 분명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착실한 사람. 아버지의 딸로 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 할게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며 어떻게 살아 계시는지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더욱이 우리 서로 죄책감에 괴로워만 말고 힘을 내어 다시 한 번 건강하게 시작해 나아가 보기로 해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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