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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자녀의 발을 씻겨요!

작성자
정옥경
작성일
11-11-15
조회수
956

자녀의 발을 씻겨요!
 

글 정옥경(본부47기)

자녀의 글
엄마가 뜬금없이 발을 씻겨 주셔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엄마와 나 사이의 뜻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한 나는 엄마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기존의 엄마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다. 아빠의 발을 씻겨주는 엄마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남편을 위한 아내의 배려심이 깊다는 것을 처음(?) 느꼈고 또한 내 발을 씻겨주시며 솔직하게 엄마의 속내를 털어놓으실 때 여태껏 엄마가 나에게 하셨던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항상 내 딴에는 잘 했다고 자랑하면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이 돌아 왔던 거. 동생과 싸우면 동생보다 나를 더 꾸중하셨던 것. 모두가 엄마의 기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엄마에 대한 연민이 퐁퐁 솟아올랐다. 나는 그래서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엄마가 속상해 하지 않도록 내가 잘 해야겠다고... 항상 엄마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앞으로 엄마가 원하는 일 1가지만 해 나가도 난 괜찮아 질 것이다. 난 엄마 앞에서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엄마의 딸이고 우리 엄마는 귀한 한 분 뿐이니까... 맘... 사랑해요.

엄마의 글
미용이 발을 씻기면서 그동안 초등학교 때 너에게 모질게 몰아붙였던 것 정말 미안하다. 너는 엄마가 처음으로 가졌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인지라 너무 기대했던 것이 그렇게 아프게 만들었던 것 같아 미안하다. 그렇지만 엄마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서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야. 그리고 미워한 적도 없어. 이제는 네가 엄마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보다는 인생을 엄마가 오래 산 선배니까. 지금 네 나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네 꿈을 이루어 나가는 시기여야 한다고... 다시는 그 시기가 오지 않는다고. 내용을 읽어 보니 눈물이 났다. 이제는 철도 많이 들고... 우리 딸은 항상 엄마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마음의 상처가 있었는데 난 그 상처를 키우기만 했었고 칭찬과 인정, 격려에 인색했다. 이제는 아이에게 따뜻한 엄마, 인정하고 칭찬하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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