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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작성자
심정주
작성일
13-12-13
조회수
1,038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글 | 심정주(편집부)

드라마, 스릴러 / 112분 / 영국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린 램지


“2011년 한 해 동안 <케빈에 대하여>에 대해 해외 언론과 평가단이 보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2011년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 런던영화제 작품상, 겐트영화제 관객상,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 심사위원상, 브리티시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즈 최우수영국독립영화상 및 감독상, 이브닝스탠더드 브리티시 필름 어워즈 작품상, 런던비평가협회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을 수상하고 토론토, 텔루라이드, 시카고, 부산 등 유수 영화제에 앞 다투어 초청되면서 2011년 가장 뜨거운 영화임을 입증했다. 주요 매체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으며 전미영화비평가 협회로부터 ‘2011년 최고의 독립영화 10편’ 중 한편으로 선정되고, 전 세계 언론과 평론가들로부터 만장일치의 극찬과 지지를 받았다.”

이 영화평에 속아 보게 된 “케빈에 대하여...”란 드라마 영화는 심히 불쾌하고, 3일 넘게 그 잔상이 나를 눌렀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예비 관람자에게 Tip을 준다면, 불편하지만 봐야한다는 것, 이 강요 없는 강제성은 원어 제목 ‘We Need to Talk About Kevin’에 나타나 있다는 것, 그리고 절대 여자 주인공에게 돌을 던지지 말 것, 이 세 가지이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는 더 행복했다.”
이 세상 엄마라는 존재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자유로운 여행가의 삶을 살던 에바는 우연한 하룻밤으로 케빈을 낳게 된다. 아이를 원한 적이 없는 엄마와 그 아들, 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를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에바는 케빈이 울자 케빈의 울음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나는 공사장 옆에서 케빈의 울음소리를 피하고, 육아에 지쳐 우울증에 시달리다 애를 집어던져 팔을 부러뜨리기도 한다. 아무도 없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런 삶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에바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케빈은 커가면서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다.
뒤늦게 케빈에게 점점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이제는 케빈이 에바를 밀어낸다. 어느 날, 에바는 어린 케빈에게 로빈훗 동화책을 읽어준다. 케빈은 에바의 품에 꼭 안겨 에바가 들려주는 동화를 재미있게 듣자 에바는 내심 기뻐한다.
그리고 그 뒤로 케빈은 아빠와 함께 활을 쏘는 취미를 가지게 된다. 이후 동생이 아끼던 햄스터를 죽이고 동생의 눈을 다치게 하는 등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보이던 케빈이 어느날 인터넷에서 이상한 물건을 잔뜩 구입한다.

16세 생일.
케빈은 생일을 축하하려는 엄마를 뒤로 한 채, 등교해 활로 수많은 학생들을 쏴 죽이고 부상을 입히고, 그리고는 보라는 듯이 나와 알아서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 이하 생략 )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준비된 엄마는 없다. 너무나 솔직하고, 당황한 엄마라는 존재와 그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다 살인마가 되어 버린 아들.
극심한 모성애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강요당하는 엄마의 죄책감. 슈퍼맘이 되길 바라는 가족. 육아의 감당치 못할 스트레스. 이 삼박자가 맞춰져 이 영화는 완성된다,
에바는 그 사건 이후로 이사도 안 가고, 자기가 살던 집에서 이웃들의 혹독한 멸시와 냉대, 피해자 유족들의 테러 속에서 모든 걸 감당하며 살고 있다. 마치 속죄하듯이, 아들의 죄 값을 같이 받는 듯이….

어려운 영화다. 심히 불편하고 에바를 마녀사냥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그러나 불편해도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 애기해봐야 한다.
축복 받지 못한 한 아이의 비명을 들어줘야 하고, 지친 에바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또는 내 안에 존재하는 에바에게 우린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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